[그때 그 베스트셀러]1996년 종합베스트셀러 14위(교보문고 기준) ◇무소유/법정 지음/100쪽·범우사·절판
무신론자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신뢰가 가지 않는 종교도 많지만,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로드’의 주인공처럼 신을 원망하면서도 다시 신을 찾곤 한다. 그런데 신은 인간의 감각 너머에 있는 존재이기에 사람들은 신의 대리자인 성직자에게서 멘토의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그들이 쓴 책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그중 법정의 ‘무소유’는 이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조해진 소설가
문득 궁금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 어째서 유독 불교 성직자들의 책이 종류도 많고 베스트셀러 비율도 높은 것일까. 아마도 승려는 다른 성직자보다 은둔의 삶이 가능해(보여)서일 것이고, 신의 구원보다는 스스로의 구도에 중점을 둔 불교 특유의 색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무소유에는 이런 문장도 적혀 있다. ‘종교는 하나에 이르는 개별적인 길이다. 인간의 수만큼 많을 수도 있다.’ 전염병의 시대인데도 신이 지켜준다며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목사와, 다단계와 다를 것 없는 방식으로 신도들을 포섭해 온 신천지를 보면서 법정의 종교관은 인간적이고 진보적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법정이 보여준 실천으로서의 종교라면, 그리고 그 종교가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신의 존재와 상관없이 우리 마음 한 곳에 정연한 신전 하나씩 있어도 좋지 않을는지.
조해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