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마스크를 쓴 시민이 보건용 마스크를 기부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올라오는 사진에서도 잘 드러난다. 회사 연수원을 감염환자 치료센터로 내주는 등 통 큰 기부를 하는 기업도 있지만 개인들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작은 기부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다. 대구 의료진이 빈약한 점심을 먹는다는 사진이 SNS에 올라오면서 전국에서 도시락 기부 운동이 벌어졌다. 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양보하는 모습, 그리고 위험을 뚫고 각 가정 앞에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을 향한 격려 편지 사진들은 SNS가 ‘자기 자랑’이 아니라 ‘함께 사는 방식’을 공유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외 사진을 취합하는 기자의 컴퓨터로 들어오는 사진은 대부분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사진으로 교체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진료 과정에서 탄생한 한국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전 세계가 극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 있다. 선별진료소를 찾으면 최소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것이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다. 인천의료원의 감염내과 과장이 낸 아이디어는 지금 세계 표준이 되었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몫했지만 동료 의료진이 안전한 상황에서 검사하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한국에서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짤’처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SNS에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 봤는데 좋으니 한번 해보세요’ 식으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무료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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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운동에 스포츠 스타들도 동참했다. 경기가 중단돼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을 셀프 영상에 담고,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체 청백전으로 개막을 기다렸던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괜찮아 잘될 거야, 너는 나의 슈퍼스타.” 대중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 가수들은 각자의 방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고 이를 합쳐 국민 위로송을 만들었다. 방에서 방을 잇는다는 ‘방-방 프로젝트’는 유튜브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시스템 이전에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간 의료계 ‘영웅’들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백신을 가슴에 지닌 시민들이 있었기에 아직 우리의 공동체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위기 때마다 집단지성과 집단감성이 작동하는 한국인을 또 한 번 보았기에 이번 봄은 ‘더 특별한 봄’으로 기억에 남을 듯싶다. 위기에 하나가 되어가는 오늘. 이쯤 되면 ‘대한민국’이라 쓰고 ‘대동단결’이라 읽어야 한다.
장승윤 사진부 차장 tomat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