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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이예요”…코로나 역학조사 꺼리는 日 확진자들

입력 | 2020-03-30 18:11:00


최근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배경으로 병원과 유흥가의 집단감염이 꼽혔다. 유흥가에서 감염된 환자들은 사생활을 이유로 행적을 밝히지 않아 방역당국은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29일 도쿄 다이토구에 있는 에이주종합병원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9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도쿄 내 확진자가 259명 늘었는데, 절반 가까운 환자가 에이주종합병원에서 나온 것이다. 병원 측은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24일 외래 진료를 중단하고 병원 출입을 금지했다. 한 50대 여성은 본보에 “24일 이후 폐쇄된 병원에서 매일 감염자가 나온다. 마치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도쿄 주오구에 있는 국립암센터 병원에서도 28일 간호사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은 현재 환자와 출입한 의사 등 모두 150명을 검사 중이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유흥가를 방문했다가 감염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도쿄도청이 록본기와 긴자 번화가에 있는 고급 클럽을 이용한 이들의 감염 사실을 여럿 확인했다”며 “이들이 집단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교수(미생물학)는 사람이 밀집하지 않아도 1명의 종업원이 근거리에서 여러 손님을 차례로 접객하는 장소는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도쿄도청은 유흥가가 감염 진원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달 12일까지 저녁에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30일 요청했다.

문제는 유흥가를 방문한 이들이 역학조사 때 입을 닫는다는 점이다. NHK는 30일 “도쿄도 감염자가 4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약 40%의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이 중) 밤에 번화가의 음식점을 방문한 사람도 복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확진자에 대한 역학 조사는 강제력이 없다. 유흥가를 방문한 이들은 “상대에게 폐가 될 수 있다”며 가게 이름이나 동석자에 대해 입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 측도 “손님에게 폐가 되지 조사하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반응을 보이며 협조를 잘 하지 않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