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는 100여 명의 주주가 참석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치열한 싸움이었다. 양측은 주총 전날까지도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렸다. 양측은 서로가 내세운 이사 후보들의 정당성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등을 위한 각종 정관 변경 안건도 강조했다. 하지만 주총 결과는 허무했다. 이사진 구성을 둘러싼 승자와 패자는 있었지만 양측이 내세운 경영투명성 등을 위한 안건이 단 1개도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서로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와 ‘위원회를 둔다’라는 문구를 두고 싸웠다.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정한다’와 ‘사외이사 중 선임한다’를 두고도 다퉜다. 결국 양측 안건 모두 부결됐다.
안건 찬반 비율을 보면 자체의 내용보다 서로 반대편이 낸 안건에 무조건 반대하거나 자기 편 안건에 무조건 찬성이라고 기계적인 투표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정관 변경은 정족수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조 회장 측 안건은 거의 찬성 51%, 반대 47% 안팎이었다. 3자연합 안건은 찬성 47∼48%, 반대 51∼52%였다.
주총 이후 양측은 각각 자신을 지지한 주주들에게 감사 인사를 담아 입장문을 냈지만 서로 명분으로 내세웠던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이뤄지지 못함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주총 뒤 한 주주는 “서로 조금만 양보했어도 통과됐을 안건들이 많았다”며 “‘상대편 안건은 무조건 반대’라며 싸운 결과, 1년 전 한진칼과 달라진 것이 없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양측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서로 지분을 늘려가며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사이 다른 기업들은 주주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놓친다면 그 손실은 결국 기업과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