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이자 화요일인 10일 서울 은평구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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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이틀째인 10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A 약국 앞은 시민 4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약사 박정원 씨(30)는 3명만 들어서도 빽빽한 좁은 약국 안에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A 약국은 박 씨 혼자 운영하는 ‘1인 약국’이다. 홀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전산 입력을 해야 한다. 구매 대상이 맞는지도 확인하고 결제를 마친 뒤 마스크를 전달한다. 박 씨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야 한다. 일반 환자까지 오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며 “대형 약국은 업무 분담이 되겠지만, 소형 약국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 일대 약국 30여 곳을 둘러보니, A 약국처럼 한두 명으로 운영하는 소형 약국들은 마스크 판매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묶음으로 들어온 마스크의 낱개 포장부터 전산 입력 및 결제, 판매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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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약국들은 특히 현재 5개, 10개씩 포장된 ‘묶음 마스크’라도 정부가 조치를 취해주길 요청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마스크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1인 약국들은 마스크 정리 때문에 몇 시간씩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C 씨도 “5개가 한 묶음으로 오다보니 2개씩 개별 포장하는 데만 최소 2시간 이상 든다”고 했다. 신용산역 인근의 한 약국도 “현재 마스크가 하루 200~250개 정도 들어온다. 정부가 왜 낱개 포장까지 약국에 무책임하게 떠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불만이 커지자 10일 1인 약국이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약국 2500개소에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14일 동안 약국 1곳 당 3시간 정도 일을 도울 단시간 근로인력 1명씩 지원할 방침이다.
소형 약국들은 시의 대책에 반응이 엇갈렸다. 한 1인 약국의 약사는 “공익근무요원을 보내준다던데 최소한 마스크 개별 포장이라도 도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반면 또 다른 소형 약국은 “별 실효성이 없어 보여 신청 안할 생각이다. 약국 업무를 전혀 모르는 인력이 오면 일만 더 꼬일 것”이라고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