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 신천지 수사 논란 서울시 살인죄 고발, 법무부 압수수색 지시 과거 일본, 러시아 황태자 암살 미수범에 무기징역 법조계, 강제수사에 신중 의견 적지 않아 수사는 법치주의와 형사소송법에 따라야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
당시 일본은 근대화 초기로 국력이 약했다. 세계 최강의 러시아 황태자가 자국 경찰관의 테러로 다친 참사에 경악했다. 러시아가 일본을 침략해서 식민지로 삼거나,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공포가 일본을 엄습했다.
메이지 일왕은 즉각 니콜라이 황태자를 문병한 뒤 범인 엄벌을 지시했다. 일본 전역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신사(神社), 사원, 교회에서 황태자의 쾌유를 비는 기도가 이어졌다. 사건과 무관한 여성이 사죄한다며 자살했다. ‘쓰다’라는 성과 ‘산조’라는 이름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까지 제정됐다. 범인 쓰다를 극형에 처하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근대 법률의 근간인 죄형법정주의를 엄격하게 따지면 형법 제116조는 일본 왕실에 적용되는 것이지, 외국 황족까지 포함시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럼 단순한 살인미수이고, 사형은 불가능하다. 그때는 러시아와의 전쟁이나 거액 배상 등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국가인가, 법인가의 문제다.
대법원장 고지마 이켄(兒島惟謙)은 법치국가인 일본에서 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결심했다. 쓰다에게 일반 살인미수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러시아는 일본의 이런 조치에 시비를 걸지 않았다. 배상 요구나 무력 보복은 없었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식민지였던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 학생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종주국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를 총으로 저격해 살해했다. 발칸반도를 뒤흔든 이 암살에 격분한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를 침공하면서 수천만 명이 살상당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범인 프린치프는 대역죄로 오스트리아 제국의 법정에 섰다. 하지만 사형 아닌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오스트리아 형법에 미성년자는 사형이 금지돼 있고, 당시 그의 나이가 20세에서 한 달쯤 적었기 때문이다. 수백 년간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다운 품격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살인죄 적용’이나 ‘신천지 강제수사’ 문제에 신중한 의견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지배하고, 수사 절차는 여론조사가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이만희 고발을 ‘재난 정국에서 튀어보려는 쇼맨십’ ‘희생양을 찾는 현대판 마녀사냥’이라 비판했다.
국민과 정부, 의료진이 합심해서 노력한다면 코로나19는 조만간에 극복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역사로 남는다. 쓰다 산조는 홋카이도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1891년 9월 폐렴으로 죽었다. 프린치프도 1918년 4월 결핵으로 옥사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의 일본과 오스트리아 제국만도 못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