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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째 깜깜이 감염… “코로나 한달, 위기대응 지금부터가 진짜”

입력 | 2020-02-19 03:00:00

[코로나19 확산 비상]
정부 “새로운 국면” 지역전파 촉각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중국과의 거리, 인적·물적 교류 규모를 감안할 때 초기 방역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이어지면서 낙관하기 힘든 분위기다. 최근 사흘 동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3명이 잇따라 발생한 탓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이 지역사회 전파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 병원, 시민이 달라졌다


지난 한 달간 확진자가 이어졌지만 다행히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악몽은 재연되지 않았다. 18일 본보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병원의 위기 대응 능력과 시민의식이 개선된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보고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 29번 환자를 찾아낸 고려대 안암병원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심 환자가 생겼을 때 추가 감염을 막으면서 CT를 찍고, 환자를 즉각 격리시키는 과정을 모의훈련 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감염 예방수칙이 강화되면서 우려했던 원내 감염은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도 달라졌다. 마스크 착용과 기침 예절, 손 씻기는 국민 대부분이 아는 필수 예절이 됐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병원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영석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뿐 아니라 보호자 1인 외 면회를 금지한 정책도 예전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며 “메르스 학습효과로 국민들의 신종 감염병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는 방역의 큰 허점이 줄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선제적 대응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확진자의 접촉자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동선을 공개해 추가 감염을 최소화한 부분은 방역 당국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중국 후베이(湖北)성 방문자의 입국 제한이나 접촉자 기준을 증상 발현 하루 전으로 앞당기는 문제는 전문가들의 권고보다 한 발짝씩 늦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 입국에 따른 지역사회 전파 우려는 이미 지난달부터 나왔는데 정부는 이제야 대책을 찾고 있다”며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할은 사태 수습이 아니라 선제적 통제인데 여전히 뒷북 대응이 많다”고 꼬집었다.

○ ‘새로운 국면’, 투트랙 전략 필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전국적인 유행 상황으로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외에서 2, 3차 감염자를 통한 유행이 진행되고 국내에서도 (29∼31번 환자와) 유사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처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언급했다. 사실상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역 대책이 입국 관리 등의 감염원 차단 정책과 함께 숨은 감염자 발굴이라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의심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 의원이 29, 30번 부부 같은 의심 환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정부가 명확한 행동지침과 손실 보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위기 단계는 지금부터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며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고 일본 등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르면 20일부터 원인 불명 폐렴 환자에 대한 선제적 격리와 코로나19 검사 등 새로운 지침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가급적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는 것을 자제하고 동네 병의원 한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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