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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발’ 어물쩍 넘어가는 與지도부… 극성 지지층 눈치보나

입력 | 2020-02-18 03:00: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지도부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언가 상념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칼럼 고발건과 관련해 당 지도부 차원의 사과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박주민 최고위원, 이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박광온 최고위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 검찰 고발 사건에 대한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에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도부급 인사 중 처음으로 사과했지만 민주당의 처신을 놓고 여권 일각에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오히려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임 교수 고발 취하를 결정한 14일에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사과는 물론이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인영 원내대표는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심을 경청하며 민심을 챙기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임 교수의 칼럼은 아프게 한다.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번 회의 때 정식으로 사과하자고 했는데 아쉽다”며 “실무적으로 조치가 잘못됐다는 건 다들 공감하는데 다시 사과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당 투톱 중 한 명(이 전 총리)이 사과하면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4일부터 기자들을 가급적 피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최고위 회의 이후 임 교수에 대한 사과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임 교수 사건이 불거진 14일부터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 논평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 대신 이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다.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 개인적인 차원의 사과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사람으로서 (사과한 것)”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더 늦기 전에 지도부가 공식 사과하면서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선거운동을 돕기는커녕 방해하고 있다”며 “지지층만 바라보다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논란이 더 확산되기 전에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좀 송구스럽다는 생각도 든다”며 “(당 차원의 사과를) 아마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반대할 자유에 대한 편협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민주화 세력인 민주당이 진영론을 넘어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유념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이날 “민주당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당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와 남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며 “민주당이 촛불혁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 칼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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