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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동포 도와야죠” 中으로 가는 사랑의 마스크

입력 | 2020-02-11 03:00:00

한인회 등 사비 들여 물량 확보, ‘품귀’ 현지서 무료로 나눠줘
광주선 직접 제작해 시민에 배포




10일 광주 광산구 하남동 광산구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천연 면으로 된 마스크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요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가게를 돌며 마스크를 사는 겁니다.”

9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마트에서 만난, 중국 톈진시에 있는 ‘천진한국국제학교’ 서헌희 교감(52)은 꽤나 피곤해 보였다. 그는 이날 1시간 넘게 마트와 약국 12곳을 들렀지만 마스크를 겨우 12개만 샀다고 했다. 1인당 구매 수량이 정해져 있는 데다 그마저도 다 팔린 곳이 많아서다.

발이 퉁퉁 부었지만 서 교감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고생 끝에 모은 마스크를 중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이미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설 연휴를 맞아 지난달 말 입국한 그는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으냐”며 귀국 일정도 미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자 어려운 이들을 돕는 마스크 기부 움직임도 늘고 있다. 특히 중국 교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아는 재중국한국인회 등이 팔을 걷어붙였다. 사비를 털어 마스크를 산 뒤 통관 절차를 거쳐 무료로 현지에서 나눠주고 있다.

중국은 마스크 구하기가 ‘대란’ 수준을 넘어선 지 꽤 오래됐다. 톈진에 사는 교민 전모 씨(58)는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인데도 살 수가 없다.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티셔츠를 잘라서 마스크를 만든 교민도 있을 정도다. 마스크 기부는 우리 동포를 함께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마스크를 기부 받은 교민들은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교민 이승욱 씨(45)는 “마스크 기부는 교민들에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며 “한인회가 교민들을 돕는 모습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마스크 기부가 활기차다. 광주시 광산구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후원금으로 천 마스크 1800개를 손수 제작해 광주송정역과 광주공항 등을 찾은 시민에게 나눠줬다. 12일까지 700개를 추가 제작해 나눠줄 계획이다.

김태언 beborn@donga.com·김소영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