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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장의 화학변화… 예술-커피 향기 내뿜다

입력 | 2020-02-10 03:00:00

[스트리트 인사이드]
인천 가좌동 디자인거리 일대




화학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인천 서구 가좌동 ‘코스모40’(오른쪽 사진). 문화학당으로 운영되기 위해 개보수 작업이 한창인 300년 된 청송 심씨 집안의 인천 가좌동 한옥. 서구문화재단 제공·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기공식이 열렸던 인천 서구 가좌동 경인고속도로 가좌나들목 인근 지역에서 화학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뒤 민관 협업 형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서구가 조성하고 있는 디자인 거리에서 공공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13대째 동네 터줏대감인 청송 심씨 집안이 300년 된 한옥을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개보수 공사를 1년 넘게 벌이고 있다. 이 한옥은 1960년대 가좌농민학당을 이끌던 핵심 공간이었던 역사성을 살려 앞으로 공공지원을 통해 문화학당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악취가 진동하고 고속도로로 드나드는 자동차들로 번잡했던 가좌동 공장지대를 인천 원도심 중 가장 주목받는 도시재생지역으로 떠오르게 한 시설은 옛 화학공장이다. 1970년대 초부터 국내 유일의 백색 안료 기초소재인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던 ‘코스모 화학단지’(옛 한국티타늄공업)에 있던 45개 공장 중 40번째 공장이 주인공이다. 2016년 본사와 공장이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공장 건물들이 팔려 나가는 가운데 이 동네 사업가 2명이 의기투합해 문화재생사업에 뛰어들었다. 13대째 가좌동에 거주하며 고깃집을 운영하던 심기보 씨(40)와 동네에서 커피전문점 사업을 하는 성훈식 씨(35)가 2000m²의 공장용지와 건물을 사들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시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우승자였던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겨 기존 공장 구조물 및 기둥을 그대로 살리고 산뜻한 철골 구조물을 덧대는 건축기법을 썼다. 공간 경계를 파괴해 전시실, 공연장, 카페 같은 F&B시설이 공존하는 ‘코스모40’은 2018년 10월 탄생됐다. 야외공원 조경과 종이로 만든 소파 등 실내외 인테리어 작업에 여러 예술가가 참여했고, 사진작가가 공장시설 철거 및 재생 과정에 대한 아카이브 기록 작업을 주도했다.

40년간 운영되던 코스모화학의 40번째 공장이었다는 기록을 공간 이름 속에 그대로 살린 코스모40은 개관 뒤 아카이브 기록물을 전시한 개인전을 비롯해 새벽까지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캐주얼 클럽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전시 작품 사이로 스케이트 보더들이 ‘라이딩’을 하는 융합프로그램이 기획되면서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8일엔 메인 홀에서 DJ가 실험적인 전자음악을 틀어주고, 라운지에서 스페셜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헤븐스 위켄드 소셜(HWS)’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 복합문화공간은 지난해 인천시 건축상 대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코스모40이 문을 연 뒤로 2년 만에 공장지대가 상전벽해처럼 변하고 있다. 인천시와 서구문화재단 지원으로 골목길 도시재생투어와 토요일 요가교실, 전시 토크 라이브 퍼포먼스 같은 다양한 공공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또 코스모40 인근의 40년 된 중국 음식점이 예술 공간인 ‘예술반점 길림성’으로 바뀌어 미술전, 사진전, 작은 음악회, 예술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청송 심씨 집안은 300년 된 고택 주변에 동네 작은 도서관 겸 수장고인 ‘관해각’을 건립했고, 서구가 지난해 11월 청소년 문화공간인 ‘서구 가좌청소년문화의집’을 완공했다.

코스모40∼가좌청소년문화의집 사이의 500m 차도를 보행자 중심의 디자인 거리로 단장하고 있다. 서구는 이달 말까지 이 거리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한 ‘버티기’ ‘休(휴)’ ‘Hammering’ 등 설치 조각품과 ‘할미꽃’이란 미디어파사드를 전시하고 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일반도로로 바뀐 경인고속도로 가좌나들목 일대에서 ‘문화 더하기’ 같은 문화도시재생사업을 본격화해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