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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美 군용기에 솔레이마니 제거작전 핵심 탑승”

입력 | 2020-01-29 03:00:00

러시아 언론 “중동지역 CIA 작전지휘자… 최첨단 정보 탈레반 손에 넘어가”
탈레반 “우리가 격추” 美 “추락사고”… 아프간 종전협상 후폭풍 예상




아프간에 추락한 美군용기 잔해 27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가즈니 지역 눈밭에 미 공군의 별문양이 새겨진 군용기 ‘E-11A’가 추락했다. 가즈니를 장악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은 “해당 비행기가 첩보 업무를 수행해 격추했다. 6명으로 추정되는 미군 탑승자가 모두 숨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및 이란 매체들은 사망자 6명 중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제거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미 중앙정보국(CIA) 베테랑 요원 마이클 디앤드리아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가즈니=AP 뉴시스

27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가즈니에서 추락한 최신식 미국 군용기를 놓고 ‘사고’라 주장하는 미국과 ‘격추’라고 맞서는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진실 공방이 거세다. 특히 사고기에 3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탑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 군사전문매체 베테랑스투데이,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아야톨라 마이크’란 별명으로 유명한 CIA 요원 마이클 디앤드리아가 추락한 E-11A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전했다. 40년 넘게 CIA에서 근무한 디앤드리아는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CIA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그에게 시아파 최고 성직자를 뜻하는 ‘아야톨라’가 포함된 별명이 붙은 이유다. 러시아 소식통은 “디앤드리아가 탄 사고기는 CIA의 ‘움직이는 사령부’였다. 비행기 안의 모든 장비, 서류, 최첨단 정보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미국은 아직 탑승 인원 및 사망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즈니를 장악한 탈레반 역시 아프간 중앙정부의 조사를 저지하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서니 레깃 미군 대변인은 27일 “사고기가 적의 공격으로 추락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추락 지점에서 6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해당 항공기가 첩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격추했고 사망자 중 미군 고위 관계자도 포함됐다”고 맞섰다. 아프간 정부 당국자는 28일 “아프간군이 추락 지점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탈레반과 무력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군수업체 봉바르디에가 제작한 E-11A는 미군에 4대밖에 없는 특수 통신용 항공기다. 미 공군이 전자감시 임무를 진행할 때 주로 쓰이며 야전에서 작전 중인 지상군과 지휘본부를 연결해 ‘하늘의 와이파이’로 불린다. 민항기와 겉모습이 비슷해 종종 민항기로 오인된다.

탈레반 공격에 따른 사고기 추락 및 디앤드리아의 사망이 최종 확인되면 미국과 탈레반의 아프간 종전 협상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시아파 맹주’ 이란은 탈레반과 종파가 다르지만 △아프간 내 시아파 보호 △아프간 난민의 이란 유입 억제 △아프간 내 미군 활동 견제 등을 위해 탈레반과도 일정 부분 협력하고 있다. 다만 BBC는 과거에도 탈레반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장하기 위해 종종 거짓 선전을 했다며 이들이 진짜 사고기를 격추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최신 군용기인 E-11A를 격추하려면 대공 미사일이 필수적인데 탈레반이 이 미사일을 보유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