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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하루의 고단함이 타고 있잖아요

입력 | 2020-01-14 03:00:00

[컬처 까talk]향 피우며 힐링하는 사람들




절에서나 제사를 지낼 때 접했던 향(인센스)을 일상에서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향꽂이 같은 관련 제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사진은 미국 기업 시나몬프로젝트의 향꽂이. 시나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캡처

“향 좋네. 이게 뭐죠? 하나 주세요.”

10일 오후 7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한 중년 남성이 인센스(incense·향·香) 향기에 걸음을 멈추더니 지갑을 열었다. 인센스 제품을 파는 노점상에서 피워둔 향이었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도 향에 이끌려 구경하거나 두세 개씩 사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1년 전부터 향을 팔고 있다는 노점상 주인은 “최근 인센스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절에서나 제사를 지낼 때나 맡던 향을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에서 요가와 명상할 때 향을 태우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도 요가와 명상 인구가 늘면서 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향을 피워놓은 의류 편집매장이나 술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시판 중인 향 제품은 백단향(나무 향의 일종), 장미향, 숲향 등 500가지가 넘는다. 인도 중국에서처럼 젓가락보다 얇은 대나무 막대기에 향 반죽을 입혀 태우는 방식과 한국 일본에서와 같이 막대기 모양의 향 반죽 전체를 태우는 방식이 있다. 향 크기는 대략 지름 1mm, 길이 14∼20cm이며 한 개를 태우는 데 20∼30분 걸린다.

향의 매력은 천연재료를 태울 때 나는 연기와 냄새에 있다. 직장인 안형민 씨(25)는 “최근 찾은 술집에서 피운 인센스를 경험하고 좋아하게 돼 집에서도 쓰고 있다”며 “퇴근 후 집에서 인센스를 20∼30분 피워 놓으면 심신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인센스월드가 도자기 공방과 협업해 만든 나룻배와 사공 모양 향꽂이. 인센스월드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에서 향 제품을 판매하는 김영환 ‘Four20’ 대표(39)는 “향초나 디퓨저(향이 나는 액체를 담은 용기에 나무빨대 등을 꽂아 사용하는 제품) 같은 방향제보다 깊고 은은한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 같다”며 “고객 연령대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 앞으로 해외 발주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 귀족들이 향을 즐기기 시작해 17∼19세기 에도(江戶) 시대부터 도(道)로 발달했다.

현재도 300∼500년 된 향 제조업체들이 각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오프라인 전문매장이 하나둘씩 생기는 추세다. 경기 이천시에서 향 생산공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성현 인센스월드 대표(33)는 “20, 30대가 많이 찾으면서 지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 공급한 물량이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증가하는 선호도를 반영해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들이 천연재료를 반죽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향과 향수의 결합 등 후각 관련 상품과 문화가 더 생겨날 것으로 내다본다. 김영 대구한의대 교수는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고 말초적인 감각”이라며 “한국의 힐링 문화도 ‘먹방’ 등 미각 중심에서 짧은 시간에도 오래 각인될 수 있는 후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