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94년 종합베스트셀러 10위 (교보문고 기준) ◇퇴마록/이우혁 지음/전 19권·엘릭시르
PC통신의 시대를 이끈 그 시절의 신인류는 귀가하면 모뎀이 장착된 컴퓨터를 켜고는 띠띠띠띠 하는 버튼음과 뚜우뚜우 하는 전화 연결음이 어서 지나간 뒤 푸른색 화면이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곤 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모니터 저편 사람들과 취향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다니, 고민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그중 누군가는 친구나 애인이 되기도 한다니,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각종 동호회에선 여러 종류의 창작 게시판도 운영됐다. ‘퇴마록’의 저자 이우혁은 PC통신이 낳은 가장 유명한 스타 작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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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전화선을 이용한 PC통신은 과거 속 신문물이 됐고 당시의 신인류는 이제 기성세대로 살아가고 있다. 하이텔이니 나우누리 같은 이름은 추억거리가 됐지만 모르는 사람들과의 통신에 대한 욕망은 이후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의 한 문장을 인용한다면 ‘그건(통신에 대한 욕망은)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것과 같’으니까, ‘별이 거기 있고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보고 싶어 하니까’.
조해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