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목장에서 기르던 말들이 누군가 훔치려다 한 마리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 당시 목장 주변에서 발견된 말들(마주 A씨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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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목장에서 말 한마리가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마주인 A씨(57)에 따르면 지난해 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목장에서 말 7마리를 지인에게서 분양받아 길러왔다.
마리당 최고 1500만원을 호가하는 말들을 경주용으로 키우려고 애지중지 보살피던 A씨는 지난해 12월 가장 아끼던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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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들의 안전이 걱정된 A씨는 부랴부랴 목장으로 향하던 중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목장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농로에서 그토록 아꼈던 씨수마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가보니 씨수마는 목부위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예리한 흉기로 목을 그은 것 같은 상처였다.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의미다.
사체에 온기가 있는 점으로 미뤄 죽은지 오래되지는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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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A씨 머릿속에 2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말에 있었던 실종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7마리 중 1마리가 실종돼 몇날며칠을 산속을 헤매며 찾다가 포기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말이 목장을 탈출한게 아닐까 추측했지만 얼마 안돼 비슷한 일이 생기자 절도가 의심됐다.
A씨는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진 끝에 목장에서 3~4㎞ 떨어진 색달동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서 나머지 말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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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목장 인근에는 CCTV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는 말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A씨나 경찰이나 말 절도사건은 흔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A씨가 사건 전 마지막으로 목장에 갔던 시기는 12월 13일이고 말 중 한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다음날 저녁이다. 교통사고가 난 말도 범행 과정에서 목장을 나와 길을 잃었을 수 있다.
사건이 12월14일 저녁에서 15일 새벽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씨수마는 다른 말들의 우두머리격이었다.
범인은 말들이 우두머리를 따라 움직이는 습성을 이용해 씨수마를 먼저 끌고가려던 것은 아닐까 A씨는 의심하고 있다.
범인이 말의 사육방법 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A씨는 아끼는 말을 잃은 것도 안타깝지만 누군가 흉기를 들고 목장 주변을 배회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A씨는 “말 사체를 발견한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다”며 “목장에 갈 때면 자동차 창문을 꼭꼭 닫고 갈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이 관심을 더 갖고 신속히 수사해 같은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을 서둘러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말들을 절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추정된다”며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