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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밋빛 평가와 對北 구애… 현실 냉정히 보고 국정기조 바꿔야

입력 | 2020-01-08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북 사이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년사에선 ‘평화’가 17회, ‘남북’이 14회 등 남북관계 관련 키워드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을 거듭 요구했지만 과연 지금이 답방 성사에 집중해야 할 때인가 의문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나흘간 열어 공세적 조치 준비와 자력갱생을 독려하면서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남한을 배제한 채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이런 북한 움직임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없으면 ‘안보 착시(錯視)’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 신년사에서 비핵화 언급은 없었다.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관계 청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본말이 뒤집힌 것이다. 비핵화 노력 없이 독자적인 남북협력 사업만 부각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공조전선의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

경제현실 인식도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해 경제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그런 평가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성장률은 2%에 겨우 턱걸이했거나 1%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가 파동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3차례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악이다.

수출은 전년에 비해 10.3% 줄었는데 10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문 대통령은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고 했지만 지난해 무역 흑자는 전년도에 비해 절반 정도나 감소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였다. 민간 기업이 만드는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세금으로 만든 임시 일자리를 고용 회복세라고 주장하면 경제 지표에 대한 오독(誤讀)이다.

선거를 의식해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만 강조해서는 올해도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어질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피부로 느끼게 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경고등이 켜진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존 관성에 안주할 경우 국민들은 변화를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