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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1’ 공수처법 강행, 개악으로 변질된 檢개혁

입력 | 2019-12-31 00:00:00


범여권 ‘4+1’ 협의체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어제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상태에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수정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 요구가 무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권은희 수정안은 부결됐고, ‘4+1’ 공수처법은 찬성 160, 반대 14, 기권 3표로 통과됐다. ‘4+1’ 협의체가 선거의 룰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공수처법까지 일방 처리한 것이다.

통과된 공수처법은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원안에 없던 조항이 추가되고, 공수처가 요청할 경우 이첩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공수처를 사정기관의 ‘옥상옥’으로 만들어 입맛에 맞지 않는 검경의 수사는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재판·수사·조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낮춘 것도 수사의 전문성보다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나 각종 특조위 출신 인사들을 쉽게 발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공수처장 및 구성원 인선의 중립성, 독립성을 보장할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이를 외면한 채 대통령의 ‘친위 보위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을 지닌 ‘변질된 공수처’를 고집했다. 사법개혁의 대의와 순수성에 스스로 먹칠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발의된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태동됐다. 하지만 ‘4+1’ 공수처는 오히려 권력층 비리 수사에 나서는 검찰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검은 “독소조항이 들어간 공수처는 수사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공수처가 사사건건 검찰을 비롯한 다른 사정기관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공수처 설립은 장단점이 있으며 예상되는 부작용들은 당초 설립 취지에 충실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 그러나 ‘4+1’은 공수처에 비대한 권한을 부여해 부작용 소지를 키우고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4+1’ 협의체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임의 기구다. 여당과 군소야당이 밀실 협상을 통해 선거법에 이어 공수처법까지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섭단체 대표 협상이라는 국회법상 대원칙은 철저히 무시됐다. 잘못된 선례는 두고두고 우리 헌정사에 입법 농단으로 남을 것이다. 여당과 군소야당의 정치적 야합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