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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정부위원회 70곳 勞측 대표로… 노동정책 흔들 우려

입력 | 2019-12-26 03:00:00

[제1노총 된 민노총]노동권력 재편… 정책 입김 세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제치고 설립 23년 만에 ‘1노총’으로 올라서면서 ‘노동 권력’은 이제 민노총이 쥐게 됐다. 국내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은 물론이고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노동정책에 민노총의 ‘입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민노총이 고수해온 강성 투쟁기조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민노총이 최대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가 되면서 주요 노동이슈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이 이전보다 커지게 됐다.


○ 공공부문이 민노총 확장의 1등 공신

민노총이 1노총이 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공공부문이다.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서 비정규직들이 대거 민노총에 가입했다. 법외노조였던 전국공무원노조(9만 명)도 지난해 3월 합법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노조원 가운데 공공부문의 비율은 2017년 63.2%에서 지난해 68.4%로 1년 만에 5.2%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양대 노총 간 ‘일자리 전쟁’이 극심한 건설부문에서 민노총 조합원이 약 9만 명 증가한 것도 주요한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투쟁력이 센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규직들이 한국노총보다는 민노총을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이 민노총엔 호재로, 한국노총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구성 변화

민노총이 1노총이 되면서 노동계가 참여하는 각종 정부 위원회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이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사용자위원은 재계 단체들이 추천하고 근로자위원은 양대 노총이 추천한다.

지금까지는 한국노총이 1노총으로 인정받아 한국노총이 5명, 민노총이 4명을 근로자위원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구성될 차기(12대) 최임위는 민노총이 1노총을 유지할 경우 민노총이 5명, 한국노총이 4명씩 근로자위원을 추천하게 된다. 민노총이 최저임금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의 ‘대표성’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사노위에는 민노총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참하고 있지만 한국노총이 1노총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1노총인 민노총이 불참하는 사회적 대화는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노총이 1노총의 책임 의식을 갖고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노동정책에 영향력 확대

앞으로 각종 정부 위원회에서도 민노총의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중앙노동위원회와 각 지방노동위원회를 비롯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관련 위원회 등 노동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70여 곳에 이른다. 이런 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이나 공익위원을 선정하거나 4대 보험료 인상 여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주요 정책들을 결정할 때 민노총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민노총은 25일 성명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정부의 각종 위원회 ‘숫자 조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서도 민노총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은 노동계 추천을 받아 비상임이사를 선임한다. 지금까지는 한국노총이 추천했지만 앞으로는 민노총이 추천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민노총이 추천한 ‘강성 인사’가 공공기관 임원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하다못해 양대 노총 위원장을 초청하는 행사의 의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한국노총 위원장이 1노총 위원장으로서 먼저 발언하는 등의 예우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민노총 위원장이 1노총 위원장의 대우를 받을 것이란 얘기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노총이 1노총이 됐다고 해서 순화되거나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진 않을 것 같고 오히려 강성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총선’이라는 메가폰을 타고 민노총의 투쟁성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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