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경연, 韓美日英 2007∼2017년 분석
반복되는 노사 분규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올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10년 만에 400만 대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9월 9일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멈춰선 인천 부평구 한국GM 공장의 생산라인. 인천=뉴스1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2017년 10년간 한국, 미국, 일본, 영국의 노사관계지표를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평균 노동손실일수는 4만2327일로 나타났다. 일본(245일), 영국(2만3360일), 미국(6036일)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일본보다는 172.4배가 높다.
한경연 측은 “국가별 노사 갈등 산정기준이 달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를 산출해 비교·분석한다”며 “한국은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 임금이나 노동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인한 손실이 어느 국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사측이 근무시간 중 생산라인의 와이파이(WiFi) 사용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특별근무를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사건이 커지자 사측은 와이파이 접속 제한 조치를 해제했지만 노조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양측이 다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신임 노조 집행부가 습관성 투쟁을 일컫는 ‘뻥 파업’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관례적인 파업 방식을 바꾸는 데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사 갈등, 파업과 근로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 이유로 노사 간 대등한 협의가 이뤄지기 힘든 제도를 꼽았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사업장 부분점거를 허용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업과 관계없는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 하도급 파견도 금지하고 있다. 재계는 대체근로 허용이 노조와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라며 대체근로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노조 측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직장 점거 금지 등 노사가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