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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논란 자초한 국회의장의 처신

입력 | 2019-12-14 00:00:00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산안 강행 처리 등 최근 국회 파행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처신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 의장은 10일 법적 근거도 없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4+1’ 협의체가 만든 예산안을 안건 상정 순서까지 바꿔가며 통과에 협조했고, 야당이 제출한 예산안 수정안에 대해서는 토론 종결을 선포하며 무산시켰다.

국회법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국회의장은 당적도 가질 수 없고, 위원회에 출석은 할 수 있지만 표결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선출과 동시에 탈당해 무소속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등에서 보인 문 의장의 행동은 당적만 없을 뿐, 특정 정당을 위해 총대를 멘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불거진 아들 석균 씨에 대한 지역구 세습 논란은 이런 문 의장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자초한 결과다. 석균 씨는 아버지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세습 지적에 대해 “주변의 심려가 있지만 제가 짊어져야 할 짐이고, 시스템 안에서 경선으로 겨루겠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자녀라고 정치활동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이 기회와 경쟁의 불공정을 야기한다면 자유로운 정치활동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석균 씨가 출마하려는 지역은 문 의장이 1992년 14대 국회의원부터 27년 동안 6선을 한 곳이다. 지자체장, 기초의원, 권리당원 등 경선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정가 인맥 상당수가 사실상 문 의장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 대한 문 의장의 개인적 소신과 별개로 그의 행동은 오해를 자초했다.

문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다. 자신이 현직 국회의장이고, 6선의 집권 여당 실세라면 부자 모두 절제하고 오해의 소지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법은 아니지 않냐”는 구차한 변명을 입법부 수장에게서까지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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