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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새 삶 찾기 나선 베트남 보트피플

입력 | 2019-12-14 03:00:00

◇루/킴 투이 지음·윤진 옮김/206쪽·1만3000원·문학과지성사




“인생이라는 싸움에서는 슬퍼하면 진다.”

소설 속 주인공 응우옌안띤에게 어머니가 자주 한 말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보트 피플로 탈출해 캐나다에 정착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주인공에게 투영했다.

어머니의 당부처럼 그는 죽은 나무에 후추나무 송이의 열매처럼 파리가 매달린 난민 수용소에서도,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캐나다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그를 단단하게 붙잡은 건 가족이었다. 리무진을 타던 과거는 지우고 호텔 계단을 대걸레로 청소하며 앞날을 개척하는 아버지, 찻잎 사이에 외교관 변호사 등을 쓴 쪽지를 넣어 생일 선물로 건넨 이모….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것이 가능함을 깨닫게 했다. 캐나다 그랜비 주민들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도 있었다. 혼돈과 두려움, 배려의 순간순간을 관조하듯 차분하게 그렸다. 프랑스어로 실개천을, 베트남어로 자장가를 뜻하는 제목 ‘루’처럼. 저자가 베트남 음식을 통해 추억과 사랑을 그린 ‘만’(1만3000원)도 함께 출간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