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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콘서트] "유일 시장을 창출해내고, 고객 가치와 증명에 초점을 맞춰야"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입력 | 2019-11-28 13:05:00


전자제품이 동작하는 과정을 떠올려보자. 전자 제품의 활용도와 관계없이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 모든 것을 하드웨어, 그것을 동작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 및 무형적 요소를 소프트웨어라 한다. 전자제품은 물론 모든 기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동작하는 게 지금까지의 논리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경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가상 현실·증강 현실 자체는 소프트웨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지만, 우리가 직접 만지고 느끼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는 무형적 가치에 한정돼있던 과거와는 다른 참신한 시도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벗어나 사용자와 사물이 교감하도록 발전할 것이다.

넓은 시각으로 보자면, 가상 현실·증강 현실을 응용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다가올 사회에 대한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누구보다도 먼저 발걸음을 내디딘 키튼플래닛의 최종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키튼플래닛의 브러쉬몬스터로 알아보는 증강 현실과 하드웨어의 결합

 
경기도콘텐츠진행원이 주최하는 테크(TEC)콘서트는 각계각층의 창업 전문가를 초청, 그들의 경험과 창업에 관한 조언을 나누며 스타트업 성장의 바탕이 되는 기틀을 마련하는 자리다. 이미 지난 2년간 총 24회에 걸쳐 강연이 진행됐으며, 약 1,520여 명의 청중이 업계 인사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갔다. 올해 테크콘서트는 지난 7월부터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으며, 11월 27일 광교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출처=IT동아)


11월 마지막 주 테크콘서트는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가 'AR칫솔에서 덴탈케어 플랫폼까지'를 주제로 연단에 섰다. 최종호 대표는 아이들의 즐거운 양치질을 위한 세계 최초 증강현실 양치 교육 스마트 칫솔 '브러쉬몬스터'를 개발했고, 하드웨어인 칫솔과 소프트웨어인 증강현실을 결합해 소프트웨어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시장성을 제안하고 있다.
 
연단에 선 최 대표가 꺼낸 첫마디는 겸손했다. 그는 "키튼플래닛을 창업한 지 2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여전히 초기 단계다. 4명의 창업자로 시작해 지금은 21명의 직원과 함께 키튼플래닛을 이끌고 있지만,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에 도전하는 사장님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브러쉬몬스터는 증강현실을 활용, 아이들에게 양치의 즐거움을 주는 기기다. (출처=IT동아)


의외로 그는 덴탈케어와 무관한 응용수학 학사, 석사, 뇌 공학 박사 출신이며, 삼성전자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한 실력파다. 그런 그가 증강현실을 결합한 아동용 칫솔인 이유는 간단하다. 최 대표는 "아이들이 양치질을 싫어하는 것이 칫솔의 문제였다면 이미 오랄비나 필립스가 진작에 해결했을 것이다. 공간 지각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정확한 경험을 주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해 브러쉬몬스터를 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현재 브러쉬몬스터는 안드로이드 및 iOS 양치앱 1위, 네이버 쇼핑 어린이 전동칫솔 부문 1위를 달성했다. 작년에는 한 보험사와 함께 꾸준히 양치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어린이 치아 보험을 설계할 정도. 이를 계기로 키튼플래닛은 헬스케어/덴탈케어 플랫폼으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키튼플래닛은 수십조원 대 헬스케어 시장 중 100억 규모 시장인 '어린이 전동칫솔' 분야에 위치해있다. (출처=IT동아)

키튼플래닛이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해당 분야에서 명확하게 성공을 거둔 플랫폼은 전례가 없다. 의료 기기를 사용함에 따른 예방 효과가 실제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통계와 증명을 결합해 장기적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키튼플래닛이 그리는 헬스케어 플랫폼의 핵심이다.

키튼플래닛의 장기적인 목표는 디지털 덴탈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출처=IT동아)


최 대표는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의 이상적인 사례로 핏비트(Fitbit)를 꼽았다. 스마트워치 제조사인 핏비트는 일반 사용자에겐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워치 제조사로 알려져있으나, 데이터를 수집해 의료 및 보험 등 헬스케어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이다. 최근 구글이 핏비트를 인수한 이유도 스마트워치 시장 보다는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함이다.

키튼플래닛이 원하는 디지털 덴탈케어 플랫폼도 유사하다. 키튼플래닛은 사용자에게 덴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제품을 구매해 비용을 지불한다. 만약 증강현실 기반 칫솔이 효과를 거두고, 이로 인해 치과 비용이 줄어든다면 보험사 역시 사용자의 보험료를 낮추면서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치과는 본연의 역할인 덴탈케어에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며, 이 과정을 유기적으로 조절하는 게 키튼 플래닛의 역할이다.

아마존은 지난 20년 간 수익을 거의 내지 않은 기업이다. (출처=IT동아)


사업 방향과 조직 구조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조직 구조에 관련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며, "키튼플래닛이 바라는 인재상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 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회사는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열려있는 회사여야, 튼튼한 스타트업의 조직 구조를 갖추게 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존재 이유, 수익에 관한 철학으로는 아마존(amazon)을 예시로 들었다. 아마존의 현재 매출은 200조에 달하지만, 영업익은 20년간 거의 늘지 않았음을 제시하며, 아마존이 바라는 것은 최고의 고객 경험이지 수익 창출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품은 파는 게 아니라 팔리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며, 사용자는 끌어모으는 게 아니라 모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익은 내는 게 아니라 나게 된다며 억지로 매출을 낼 필요 없이 결과를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이 방향으로 나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출처=IT동아)


말미에 그는 새로운 제품은 비교할 것이 없으니,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브러쉬몬스터처럼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다룬다면 소비자가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없으니, 고객 가치에 공감하고 그것에 대해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원을 깎을 바에 만원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행동이 쌓여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최종호 대표는 스타트업을 '지속성과 확장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임시 조직'이라 정의했다. 검증을 거치지 못하면 자연스레 소멸할 것이며, 성공한다면 확신과 투자가 따라올 것라고 말했다. 테크콘서트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스케일업 노하우를 전하는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이제 2010년 대가 저물고, 2020년 대가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전에 없던 경험이 다가올 것이다. 스타트업은 없는 것을 창조해 성공으로 향하는 도전이니, 끊임없이 노력하고 쟁취하기를 기원한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