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일요 휴무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시교육청 공론화추진위가 시민참여단 논의 결과 학원 일요일 휴무에 찬성 62.6%, 반대 32.7%로 나타났다며 26일 도입을 권고했다. 서울시가 2007년부터 시행한 ‘학원 야간 10시 제한’ 조치를 놓고 벌어진 ‘학습권과 휴식권’ 논란이 재연될 양상이다. 학생 휴식권과 학습권, 학원의 영업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일요 휴무제는 법을 바꿔야 하는 사항이다.
▷심야 시내버스에서 졸고 있는 학생에게 건강 음료를 주는 제약회사 광고가 학부모들의 마음을 찡하게 할 만큼 한국 청소년의 생활은 학원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중학교 때부터 일요일에 학원을 다니는 학생 비율이 3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서울 강남구 조사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겪는 중고등학생이 43%를 넘었다. 일요 휴무제는 평일 밤늦게까지 별 보기를 하는 학생들에게 휴일 하루라도 쉬게 하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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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휴무제는 공급을 줄이면 수요도 줄 것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교육이 신뢰를 받지 못하며 입시 전쟁이 지속돼 필사적인 수요가 있는 한 어디를 틀어막아도 수요 자체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20조 원에 이른 사교육 시장이 계속 커져 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청소년들이 ‘학원 뺑뺑이’에서 빠져나오려면 학벌 위주 사회를 바꾸는 더 큰 변화가 없이는 힘든 일이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