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에 퇴짜맞은 저신용자들, 사채 쓰다 연체이자 눈덩이 대부업 ‘최고금리 제한’의 역설
“불어나는 빚보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알게 되는 게 더 무서워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3·여)는 올 초 사채를 쓰기 시작한 뒤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사금융업체에서 250만 원씩 세 번을 빌려 열흘에 한 번씩 25만 원을 갚고 있다. 하지만 연체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채의 굴레에서 헤어날 수 없다. 이 씨는 “바보가 아닌 이상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업자들이 주변에 알릴까봐 신고도 못한 채 돈을 꾸역꾸역 갚고 있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대부업체(나이스신용평가에 등록된 69곳 기준) 신규 대출자가 2년 전의 절반으로 줄면서 저신용 대출 수요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금융 업체 중에서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은 곳은 불법이다. 이들 업체는 대출 초기부터 아예 지인 연락처를 확보해놓고, 빚 상환이 늦어지면 협박 수단으로 활용한다. 피해자들이 막상 경찰이나 금융당국에 신고해도 실질적 도움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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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이 활개 치는 건 법정 최고금리가 지난해 2월 연 24%로 인하된 여파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부업체들이 금리 인하 뒤 수익성이 떨어지자 연체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들을 안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서 퇴짜를 맞은 이들은 사금융에 흘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법을 제정한 2002년 연 66% 이후 꾸준히 낮아졌다. 최고금리의 인하는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금리 상한을 지키도록 규율해 서민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감안해 수시로 인하를 요구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에선 벌써 ‘최고금리 추가 인하’ 얘기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합법 서민금융기관인 대부업 영업이 오히려 어려워지면서 저신용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 대부업체 1위인 산와머니(산와대부)는 올 들어 신용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반기 기준으로 2014년 12월 말 11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6월 말 17조4000억 원으로 계속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17조3000억 원으로 처음 꺾였다. 대부업체 수도 2010년 이후 40%가 감소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서민금융을 계속 공급할 수 있게 당국이 자금조달 규제 등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남건우 woo@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