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SK그룹 자회사 SK바이오팜의 독자 개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발표가 났던 22일. SK바이오팜과 사명(社名)이 비슷한 코스닥 상장사 SK바이오랜드의 주가가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르자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SK바이오랜드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25일에도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행진이 이어지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SK바이오랜드와 이름만 비슷할 뿐 연관성이 거의 없는 회사다. 아직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SK바이오팜은 SK㈜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제약사다. 반면 SK바이오랜드는 SKC가 지분 32.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화장품 재료 생산업체다.
광고 로드중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SK’와 ‘바이오’라는 이름만 보고 SK바이오랜드 주식을 사들였다. 22일과 25일 이틀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SK바이오랜드 주식을 약 6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약 16억 원, 4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엉뚱한 종목에 몰리고, 주가가 오르니 또 몰려드는 전형적인 테마주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SK바이오랜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자 26일 하루 동안 투자 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했다.
기업 가치와 관련 없는 소식에 과잉 반응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테마주 투자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85% 안팎을 차지하는 코스닥시장에는 수많은 테마주가 넘쳐나고 있다.
대표적인 건 정치인 테마주다. ‘이낙연 테마주’, ‘황교안 테마주’ 등 차기 대선 출마가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들의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는 종목이 적지 않다. 이 회사들은 대부분 회사 임직원이 특정 후보의 친인척 또는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WFM도 ‘조국 테마주’로 분류돼 개인투자자의 돈을 빨아들이기도 했다. 이 회사 주가는 ‘조국 사태’가 확산되며 크게 떨어졌고 현재는 거래정지 상태다.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했을 때도 개인투자자들은 ‘ASF 테마주’ 목록을 만들어 공유했다. 이 목록에는 방역과 무관한 고려시멘트 같은 회사도 이름이 올라가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광고 로드중
전문가들은 테마주는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성향이 짙다 보니 주가 움직임이 큰 테마주로 쏠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테마주로 잘못 분류된 기업들도 오해를 막기 위해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