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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와 아날로그 출석부[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입력 | 2019-11-08 03:00:00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번 학기부터 출석 체크가 전자출석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시작할 때 자신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석 체크를 한다. 1초만 늦어도 지각 처리된다. 오차도 없는 엄격한 시스템이다. 그전에는 수업이 끝날 즈음 학기 초에 만든 좌석표를 보고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했다. 한 학기가 지나면 학생들의 이름을 거의 외울 수 있었다. 이제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를 기회가 없어졌다. 아쉽다.

100년 전만 해도 주된 통신 방법은 우편이었다. 사람이 직접 소식을 전했다. 당시 최첨단 통신 방법 중 하나는 지하에 파이프를 연결하고 압축 공기를 이용해 편지를 로켓처럼 생긴 캡슐에 넣어 보내는 방식이었다. 파리 시내 지하에는 복잡한 파이프 연결망이 설치되어 압력 공기를 통한 우편 시스템이 사용되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가장 빠르고 획기적인 최첨단 통신 방법이었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오늘날 이메일을 쓰듯이 자주 편지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키보드를 치면 순식간에 메시지가 상대방으로 전송되는 시대가 되었다. 종이 위에 잉크로 기록되던 모든 과학적 교류는 이제 인터넷 웹상이나 하드디스크, 휴대전화에 디지털 신호로 저장된다. 인간적 교류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무선으로 연결된 통신 시스템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70년 미국 벨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어떻게 하면 전화선을 제거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붙들고 있었고, 이는 1세대(1G) 이동통신 개발로 이어졌다. 이 무선전화기는 음성통화만 가능했고 벽돌처럼 무거워 ‘벽돌폰’이라 불렸다. 가격 역시 당시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과 맞먹었다. 그 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음성과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2G 이동통신 시대가 열렸다. 당시 전송속도 단위는 초당 킬로비트(kbps)였다. 3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데이터 속도에 대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5G 전송속도는 20Gbps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가지고 있다. 빨라진 속도가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삶 역시 그 속도를 쫓아가고 있으니.

5G 이동통신이 다양한 분야의 사물인터넷(IoT)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2030년이 되면 데이터 수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핀란드, 중국 연구기관에서 다음 세대의 통신 방식인 6G를 개발하고 있다.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양자역학 궤도 각운동량 개념을 이용한 다중전송 기술이 활용될 예정이다. 6G가 실현되면 지금보다 전송속도가 5배 빨라져, SF영화와 같은 가상세계가 인터넷상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통신은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충분한데 굳이 5G가 필요한가 하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데, 이미 ‘속도의 열차’에 올라탄 이상 예전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건 그렇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대학의 아날로그 출석부 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통신의 발전에 해가 되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학생은 정보가 아니므로.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