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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소미아 종료 코앞인데, 한일갈등 이대로 방치할 건가

입력 | 2019-11-04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차 태국을 2박 3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3주도 남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회의 중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지소미아 종료 전 두 정상 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이다.

23일 0시로 예정된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 양국은 전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화해의 손짓을 보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 진전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여전히 완강한 태도다. 지난주 도쿄에서 일본 측 의원들과 만난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참 해결이 어렵겠다”고 토로했다. 어제 주요 20개국(G20) 의회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측 인사들과의 면담을 취소하는 등 일정을 축소한 것도 이런 냉랭한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가 가져올 악영향을 경고하며 막바지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는 2일 “(지소미아 등 한일 대립으로)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에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내일 방한하는 데이비드 스틸웰 차관보도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고리로서 그 상징성이 매우 크고 동북아의 안보구도에서 주변국이 받아들이는 심리적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은 지소미아 종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잠재적 한미동맹 균열 요인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책임론까지 떠안을 수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안보 외에도 경제 문화 등 한일관계 전반에 미칠 심리적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회복의 끈마저 없어진다는 확인효과가 우려된다. 문 대통령의 친서 전달 등 한국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일본의 자세 전환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되 우리도 마냥 일본의 태도 변화만 기다리지 말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