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야구 인생 돌아본 '야구는 선동열' 출간 "지난해 국정감사 후회스러운 일,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 어이없어" "나에게 국보라고 해주는 야구 팬들에게 부끄러워"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
직접 쓴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을 출간한 선 전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선 전 감독은 “젊은 청년들에게 좌절을 극복한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었다. 1996년 출간한 에세이 ‘정면으로 승부한다’는 대필 작가가 쓴 것이고, 이번에는 직접 쓴 책이라 차이가 있다”고 출간 계기를 밝혔다.
선 전 감독은 “책을 쓰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쓰고 나서 보니 반성과 성찰인 것 같다”며 “좌절과 실패를 겪은 시기를 복기했을 때 늘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이었다. 책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 책의 첫 장에는 ‘나는 국보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이 제목으로 시작한 1부를 통해 선 전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 진출한 첫 해를 되돌아봤다.
선 전 감독은 “모든 팬들이 내가 엘리트 선수로 순탄하게 야구를 했다고 알고 계신다. 일본 진출 첫 해에 2군도 아닌 3군 교육리그에 갔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엄청난 좌절을 느꼈다”며 “이런 부분을 책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국보라는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첫 해에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진짜 선동열이라는 사람이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나에게 부끄럽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했다”고 떠올렸다.
안기부의 압력 등으로 두 차례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과정에 대해서도 서술한 선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사상 첫 국가대표 전임 감독을 역임하며 정립한 리더십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통한 것이다.
선 전 감독은 “선수와 감독은 무척 다르다. 감독은 수많은 선수들을 관리하고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다”며 “감독짐을 15년 정도 했는데 참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내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KIA와 재계약했다가 팬들의 비난 탓에 자진 사퇴했던 2014년 겨울을 떠올리며 “당시 선수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직접 이야기하며 충분히 설명했다면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다시 감독이 된다면 잡음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 책에 후회와 반성, 성찰을 담은 선 전 감독은 야구대표팀 감독이던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섰던 내용도 책에 실었다.
당시 굉장히 괴로웠다는 선 전 감독은 “서서 안 될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받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야구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더라”며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고(故) 최동원과의 추억도 책에 담은 선 전 감독은 “(최)동원이 형은 나의 우상이었다. 동원이 형을 보면서 저 형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형이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을 보면 감탄스러워서 입을 벌리고 봤다”며 “동원이 형이 있었기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 동원이 형을 따라잡다보니 지금까지 왔다”고 추억했다.
선 전 감독은 선진 야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내년 2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이 책에 ‘야구에서도 세 번의 찬스가 오듯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쓴 선 전 감독은 “선수로서가 첫 번째 찬스, 지도자 생활이 두 번째 찬스였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앞으로 있을 것”이라며 “3분의2 정도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야구 때문에 선동열이 있었다. 나머지 3분의1은 야구 발전을 위해 살아야하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