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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핵심 “조국, 정치의 길로 갈 수밖에” 사퇴 하루만에 역할론

입력 | 2019-10-16 03:00:00

[조국 사퇴 이후]曺, 대선주자 조사 3위 오르는 등
친문 진영내 존재감 더욱 커져… 與의원들 檢개혁 내세워 띄우기
나경원 대항마 등 총선 출마론엔 일각 “되레 악영향”… 수사도 변수



법무부 국감, 주인없는 장관명패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장관 대행 자격으로 증인 선서를 하기 위해 발언대로 걸어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날 사퇴함에 따라 주인을 잃은 법무부 장관 명패는 발언대 안에 놓여 있다. 뉴스1


‘조국 블랙홀’은 일단락됐지만 정치인으로서 조국 이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다음 날부터 그의 총선 출마설을 거론하며 ‘조국 재활용론’을 퍼뜨리고 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자녀 특혜 및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동시에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내걸 핵심 이슈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 된 만큼 정치적 효용이 여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5일 “조 전 장관은 정치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더불어민주당에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두 달 넘게 검찰의 가족 수사와 야당의 파상 공세를 버텨내면서 조 전 장관이 친문 진영 내에서 오히려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좋든 싫든 두 달 넘게 정국의 핵심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가족과 자녀를 둘러싼 의혹이 이어지던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3위에 오른 바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부터 조 전 장관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 개혁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 쏟은 그의 역할은 분명 불쏘시개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도 라디오에서 “조국 장관이라는 개인이 검찰 개혁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안을 두고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뗀 일”이라고 평가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조 전 장관은 친문 지지층 중 상당수를 흡수할 수 있는 ‘정치적 팬덤’을 여전히 갖고 있다.

국회에서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성과를 앞세워 내년 총선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고향인 부산은 조국 사태로 여론이 악화된 만큼 서울 및 수도권 출마설이 그것이다. 서울 동작을에서 서울대 법대 동문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맞붙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여전한 만큼 여권의 ‘조국 재활용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조 전 장관의 정치권 복귀는 또다시 극심한 진영 싸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올 초까지 조 전 장관의 부산 출마를 권유했던 민주당 PK(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조 전 장관은 수도권으로 출마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는 건 거꾸로 말하면 조 전 장관이 총선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한 재선 의원은 “스스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는데 6개월 뒤 총선 출마가 가능하겠느냐”며 “당장 정치권에 발을 딛기보다는 법원의 판단 이후 재·보선 등에서 기회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재기할지는 국회의 검찰 개혁 법안 처리 결과와 검찰의 가족 관련 의혹 수사에 달려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해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 여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며 “정경심 교수 등 가족들의 건강이나 그러한 상태가 잘 극복된다고 하면 (조 전 장관은) 국민 심판을 직접 받겠다고 나서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