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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무화과[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65〉

입력 | 2019-10-14 03:00:00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중동이 원산지인 무화과는 밀, 보리 등 많은 종의 야채 또는 과일보다 더 오랜 경작의 역사를 지녔다. 현재 약 750종이 열대지역과 야생에서 자라며 생태학자들은 만약 무화과가 사라진다면 자연의 파괴를 일으켜 모든 생물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무화과 안을 드나드는 아주 작은 생물체가 존재한다는 내용을 서술해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무화과의 비밀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로마시대에는 거위를 살찌우기 위해 무화과를 먹이고 푸아그라를 즐겼다. 또한 로마 제정을 연 아우구스투스가 독약을 주입한 무화과를 먹고 죽었다는 루머설도 있다. 티베리우스를 황제로 만들기 위한 아내 리비아의 계략이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진 과일이다.

무화과는 다른 과일과 달리 수확 후 숙성 또는 저장이 힘들어 되도록 빨리 판매하고 먹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생산량의 90%가 마른 상태, 쿠키, 잼으로 가공 유통되며 터키는 세계 무화과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무화과는 이름이 말해주듯 과일이지만 꽃은 과일 안에 감춰져 있다. 몸길이 약 1.5mm인 무화과 벌의 수정 방법을 알면 그 신비로움에 깜짝 놀라게 된다. 약 6500만 년 전 공룡 시대부터 존재해 온 공생 관계로 무화과는 암수가 다른 나무에서 자라고 우리는 통통하게 결실을 맺는 암 무화과만 먹는다. 무화과 벌은 알을 낳기 위해 수나무의 무화과로 들어간다. 작은 통로로 들어갈 때 날개와 더듬이가 부러져 다시 나갈 수 없게 되고 알을 낳고 안에서 죽는다. 애벌레들은 암수 교배를 한다. 수컷은 암컷이 탈출할 수 있도록 구멍을 파 길을 만드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날개가 없는 상태로 암컷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다. 구멍의 크기가 커지면서 수나무의 꽃가루를 몸에 묻혀 암컷이 탈출하면 수컷의 임무는 끝난다. 빠져나온 암컷은 48시간 이내 암나무 또는 수나무를 향해 돌진함으로써 무화과 벌의 인생주기가 돌아간다.

암나무를 선택한 벌은 죽어 몸을 영양분으로 만드는 단백질로 분해하기 위해 피신이라는 효소를 사용하고 꽃은 나중에 열매로 크게 자란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무화과 벌을 먹고 있는 셈이다. 꽃은 씨앗을 만들고 각각의 무화과 씨앗은 씹을 때 바삭바삭한 알갱이가 고소하게 느껴지며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까지 품고 있다. 무화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종류를 진짜 무화과라 부른다.

이 복잡한 문제를 피해 진화한 브라운 터키, 블랙미션, 카도타 종은 자가수분이 가능하며 가지치기로 쉽게 번식도 가능하여 농부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다. 굳이 암, 수나무가 필요치 않아 훨씬 생산적이다. 무화과의 씨가 없어 쉽게 구분되며 요즘 생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무화과가 이 종류이다. 무화과가 간직한 신비하고 오랜 역사는 우리가 지구에 최근 도착한 종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과학자들은 우림 재생을 위해 무화과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놀라운 과일을 먹으면서 우리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