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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참사 제천시, 지역화폐 ‘모아’로 부활 날갯짓

입력 | 2019-10-08 03:00:00

발행 7개월만에 130억원 현금판매
식료품점-병원-학원 등서 통용… 연말까지 200억원 이상 발행 기대




이상천 제천시장이 5일 열린 제천화폐 500억 원 발행 비전 선포식에서 성공을 기원하며 ‘500억 원 달성 기원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제천시 제공

2017년 12월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침체에 빠졌던 충북 제천의 지역 상권이 지역 화폐인 ‘모아’ 덕분에 되살아나고 있다.

7일 제천시에 따르면 시는 5일 오후 동문거리에서 ‘2020 제천화폐 500억 원 발행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이상천 제천시장과 홍석용 제천시의회의장, 이후삼 국회의원, 김용국 충북도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이 시장은 “제천화폐 모아로 제천경제를 살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비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제천화폐는 ‘시민의 마음과 힘을 모아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3월 4일 발행을 시작했다. 이후 7개월여 만에 130억 원의 현금 판매 성과를 거뒀다. 또 젊은층의 쓰임새에 맞춰 전자화폐인 ‘모바일 모아’ 20억 원어치와 지폐형 50억 원어치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목표인 200억 원을 넘어선 발행과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제천화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공무원과 기관, 단체가 앞장서고 시민들 역시 힘을 보태는 덕분에 어디에서나 제천화폐가 활발히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천시내 식료품 점포나 커피숍, 음식점, 병원, 학원 등 사실상 모든 곳에서 제천화폐가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가맹점으로 등록한 곳만 5600여 곳이다. 시민들은 17개 금융기관 52개 지점에서 4% 할인된 가격에 제천화폐를 구입한 뒤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들은 금융기관에 환전을 신청하면 당일 입금되도록 환전 시스템도 변경했다. 제천시는 3만 원 이상 구매한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매달 10명에게 상품권 등을 선물로 주고 있다.

제천화폐로 경조사비를 내거나 대리운전비로 사용하는 등 이색적인 풍속도도 생겨났다. 제천시는 한발 더 나아가 출산과 임신축하금, 셋째 자녀 이상 아동 양육비 등 자체 출산지원금 3종을 제천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해 다음 달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제천화폐 ‘모아’가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알려지면서 제천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가 확 살아나고 모두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를 늘리고, 자금의 역외유출 예방, 지역공동체 강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소득 증대 등을 위해 전국 170여 개 지자체에서 발행하고 있다. 구매 할인율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