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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입행하고 계속 은행원으로 살다가 지주사로 발령 받았는데, 차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행은 철저하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고 있는데 우리(지주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PC오프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직원의 하소연이다. 은행들이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 PC오프제를 일괄 적용하는 등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원 출신으로 구성됐지만 직원수가 300인이 안되는 금융지주 소속 직원들의 상황은 딴판이다.
6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4대금융지주(신한·KB·우리·하나) 중 은행과 마찬가지로 PC오프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곳은 KB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유연근무제와 자율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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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소속 직원 수는 100~200명이다. 올해까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금융지주 소속 직원들 중 상당수가 은행 출신이고 은행의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회사 방침을 따라 소속을 옮겼는데, 근무환경에선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주사 소속 인원을 늘려 업무량을 줄이기도 녹록지 않다.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는 은행인데 은행도 근무시간 단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영업력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본점 인력 상당수를 주요 영업거점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인력을 보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금융지주 소속 임원은 “지주사 특성상 전 계열사의 업무를 총괄하다보니 은행보다 근무시간을 줄이기 더 어려운 면이 있다”며 “모든 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하는 은행과 달리 PC가 꺼져도 가능한 업무가 많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돼도 업무강도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조합의 입김이 강한 은행과 달리 지주사는 노조 자체가 없다보니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할 창구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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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지주사 관계자는 “관리직군이 아닌 이상 이제 은행에서 야근은 찾아보기 힘든 문화가 됐지만, 지주사는 다르다”며 “다수의 직원들이 아직도 빈번하게 야근을 하고, 이런 분위기가 당연한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아보니 지주사는 내년 이후에도 PC오프제를 적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더라도 현재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