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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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20세기 이후 가장 많이 먹었던 생선은 뭘까? 동해의 명태와 서해의 조기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추석 차례상에 아마 명태와 조기는 준비했을 것이다. 명태는 북어나 황태 혹은 전으로, 조기는 구이나 찜으로 올렸으리라. 예로부터 제사상에는 그 지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을 주로 올렸다. 그만큼 명태와 조기는 흔했다. 그런데 우리 바다에서 불현듯 명태가 사라진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동해안의 어업문화를 조사하던 어느 날, 그물 손질을 하던 60~70대 어민들과 담소를 나눴다. 예전에는 어떤 물고기를 많이 잡았느냐는 물음에 어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명태라 했다. “그때는 명태 때문에 야산에 칡넝쿨이 없었어요. 동네마다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나일론 줄이 없어서 칡넝쿨에 꿰어서 말렸거든요. 1950년대만 하더라도 항구마다 명태 잡이 돛배로 가득 찼죠. 고성, 속초에서 삼척까지 바닷가 사람들은 죄다 명태로 먹고 살았어요. 분단 전에는 1~2월에 돛배를 타고 삼척에서 함경도까지 올라가서 명태를 잡았지요. 풍선 1척에 7~8명이 탔는데 각자 자기 그물 두 폭씩을 가지고 탔어요. 본인 그물에 잡힌 만큼 가져가는 방식이었거든요.” 어민들은 명태에 관한 추억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그렇게 많이 잡히던 명태가 왜 사라졌냐는 물음에 앞 다퉈 각자의 견해를 내놓았다. 해녀 작업선을 운행하는 이 씨는 “1970~1980년대는 명태보다 노가리(명태 새끼)를 많이 잡았어요. 당시에는 다른 종의 물고기라 생각했어요. 노가리를 마구잡이로 어획해 씨가 마른 거죠”라고 했다. 자망어선 선주 박 씨는 수온 상승을 첫째 원인으로 꼽았다. 문어통발어업을 하는 이 씨는 중국어선의 북한 해역에서의 싹쓸이 어업 때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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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 아기미로 만든 아가미젓 /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하고 / 괴기는 국을 끓여먹고 /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라는 노랫말처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