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 확산]조국 가족-운용사 관계 의혹 증폭
○ 펀드 운용사가 가입자에게 다른 펀드 투자사 자문 맡게 해
정 교수가 자문료로 월정액을 받은 회사는 코링크PE가 2017년 10월 인수한 WFM이다. 이 회사 대표 김모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영어교육 관련 자문위원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WFM은 조 장관 ‘가족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우회상장을 위한 도관체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업체다. 서울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에 투자한 웰스씨앤티와 WFM을 합병하려 했다는 시나리오에서다. 이 때문에 정 교수가 WFM 경영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교수가 참석한 경영 관련 회의록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업계에서도 교수들이 사교육 업체 컨설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반응이다. 한 대학의 영어교육과 교수는 “대학 교수가 이런 식으로 자문에 응해주고 돈을 챙긴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와 WFM 김 대표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영어사업에만 관여했을 뿐 회사가 새로 진출한 음극재 사업이나 우회상장 등 경영 관련 개입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WFM이 자문위원을 둘 정도로 넉넉한 재정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코링크PE가 조 장관 일가를 배려해준 것은 물론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추론이 나온다. WFM의 전체 실적을 보면 최근 5년 동안 당기순손실(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악화되는 시점이었다.
정 교수와 코링크PE의 관계가 재확인되면서 코링크PE를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는 조 장관의 해명은 또다시 신빙성을 잃게 됐다. 조 장관은 기자회견과 청문회 등에서 코링크PE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2018년 3월 공개된 재산목록에 코링크PE의 이름이 등장하는 데다 처남이 코링크PE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마당에 조 장관이 이를 계속 몰랐다고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정 교수, 4월부터 남편의 법무장관 입각 준비”
특이한 건 정 교수가 올해 4월을 끝으로 자문 업무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것이다. 자문료는 6월분까지 받았다. 정 교수는 조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약 석 달 전인 4월 말 “남편의 법무부 장관 준비 때문에 5월부터 바쁘다”면서 자문위원 역할을 중단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조 장관이 그때부터 법무부 장관 입성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조카 조 씨도 조 장관의 입각설을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 씨가 조 장관의 이름을 사업에 십분 활용했을 개연성도 짙어지고 있다. 조 씨 등이 계획한 ‘서울지하철 공공 와이파이사업’에 국내 금융회사들이 거액의 투자 의향서(LoI)를 제출했던 것도 이 사업에 조 장관 가족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투자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류이며 증권사 직원들은 돈이 필요한 사업을 대상으로 투자의향서를 우선 발급하는 게 일상”이라며 “투자확약서(LoC)는 발급이 안 됐다”고 했다.
이건혁 gun@donga.com·남건우·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