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동아일보DB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아프간 탈레반 반군과의 평화협정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2001년부터 18년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이 끝날 것이란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후 탈레반 지도자가 미국 땅을 밟은 날 협상 판을 엎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이란과 새 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지난해 6월부터 세 차례나 만났지만 아직 비핵화 실무협상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세계 경기침체 우려만 높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도 아직 의회 비준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에이미 클로부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은 이날 CNN에 출연해 “아프간 평화협정 논의 중단은 북한과의 협상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쇼맨십만 즐길 뿐 디테일이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그 이전보다도 훨씬 악화된 상황에 놓였다”고 일갈했다. 특히 아프간과의 협상 중단은 이란, 이스라엘, 시리아 등 가뜩이나 현안이 많은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미 정치권과 언론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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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장녀 리즈 체니 하원의원(공화·와이오밍)은 “캠프 데이비드는 당시 테러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 지도자들이 모였던 곳”이라며 “탈레반의 어떤 구성원도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관리도 이날 폴리티코에 “멍청한 계획”이라고 일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하루에만 폭스, CBS 등 5개 주요 방송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그는 “캠프 데이비드 회동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해보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을 감축하기 위해 정치적 위험을 지려고 했다”며 “평화 협상을 하려면 종종 꽤 나쁜 행위자들을 다뤄야 한다”고 두둔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