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국제가전전시회) 2019’의 LG전자 전시장에 삼성전자 QLED TV로 추측되는 8K TV와 LG전자의 75인치 8K 나노셀 TV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 뉴스1
“TV 사업부에서 불만이 많이 쌓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잘못된 표현과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IFA(국제가전전시회) 2019’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8K TV’ 논쟁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간의 상호비방 혹은 기술 논쟁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앞서 2017년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QLED TV’를 출시했을 당시에도 LG전자는 “학계에서 평가하는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가 아니라 퀀텀닷 필름을 덧댄 ‘QD-LCD(액정표시장치) TV’”라면서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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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8K TV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겠다는 LG전자의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가 7일부터 한국에서 TV와 SNS 등을 통해 선보인 신규 올레드 TV 광고의 한 장면.(LG전자 제공)
지난 1월 열린 ‘CES 2019’에서도 LG전자가 세계 최초 롤러블 올레드 TV를 내놓자 삼성전자는 “경제성이 없다”면서 평가절하했다. LG디스플레이가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던 지난 7월엔 “고양이가 커진다고 호랑이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삼성전자가 QLED TV 판매량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 기술력과 제품의 가치 측면에서 OLED TV가 한수 위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9월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IFA 현장에선 LG전자의 자세가 바뀌었다.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독일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삼성전자의 ‘QLED 8K’ TV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소비자를 호도한다”거나 “규격에 어긋난 잘못된 제품”이라며 강한 어조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삼성전자가 8K TV라면서 올해 출시한 QLED 제품이 실제로는 디스플레이 국제표준에도 못 미치는 ‘규격 미달’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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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LG전자의 공세에 삼성전자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LG전자는 IFA가 폐막한 이후인 오는 17일에 서울 여의도 본사 트윈타워에서도 언론을 대상으로 ‘8K TV’와 관련된 설명회를 추가로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도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TV를 정면비판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LG전자는 이날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삼성전자 QLED TV를 ‘한수 아래’로 평가하는 내용의 TV 광고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LED TV와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알기’라는 제목에 1분15초 분량으로 제작된 광고를 통해 LG전자는 자발광 패널 특성상 백라이트가 필요없어 선명한 화질, 얇은 두께, 롤러블 TV 같은 혁신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올레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QLED를 비롯해 ΔALED ΔBLED ΔFLED ΔULED ΔKLED 등을 나열한 뒤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라면서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올레드 TV를 흉내낼 수 없다”라고 삼성전자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동안 LG전자는 자신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소비자들과 온라인상에서 ‘소극적 마케팅’을 지적하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8K TV를 두고 LG전자가 먼저 삼성전자에 칼날을 겨눈 것이다. 이는 LG전자의 TV 사업을 전담하는 HE사업본부 내부에서 “소비자를 호도하는 경쟁업체의 잘못된 마케팅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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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 부사장이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9’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LG전자 제공)
(베를린(독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