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재자’ 이미지 부각 의도 트럼프 만나 ‘이란 핵합의’ 복귀 설득… 獨 메르켈-英 존슨도 지지 밝혀 마크롱 “이란에 화해 메시지 동의”… 트럼프 “그런 논의 없었다” 일축
마크롱 “이란 핵협상 복귀, 어때요?”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원탁 위 가운데)이 이란을 핵협상 자리로 다시 데려오자는 내용 등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다른 정상들이 지켜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오른쪽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아리츠=AP 뉴시스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비행기를 이용해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비아리츠를 전격 방문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영국과 독일 정부 당국자들과 핵합의 파기와 관련해 논의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방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부터 전방위 외교전을 펼쳐 왔다. 그는 회의 첫날인 2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2시간가량 이란 핵합의 복귀를 설득했다.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다시 제재를 부과하자 이란이 이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제한 합의를 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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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동구권과도 활발한 채널을 유지해 왔다. G7의 전신인 G6 역시 프랑스의 제안으로 1975년 시작됐다. 마크롱이 G7을 계기로 중재자 역할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다자주의를 재건하면서 국제사회가 야만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일방주의에 맞선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다른 정상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5일 이란 핵 논의를 주도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인데 잘했다. 훌륭했다”라고 칭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란과) 긴장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지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CNN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G7 정상들이 이란에 화해 조치 메시지를 보내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란 외교장관과 미국 정부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AP통신은 “마크롱의 역할은 축소됐고 ‘세계 1위의 권력자 대통령’인 트럼프의 위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