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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느 월요일 저녁과 같이 재활용 쓰레기를 갖다 버렸다. 종이, 플라스틱, 비닐 등 한 번에 들고 가기 어려운 상당한 양이었다. 쓰레기 수거장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 싫어 그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들려고 했다. 양 손으로 종이가 들어있는 큰 상자를 들자마자, 아내가 페트병을 담은 봉투들을 내 오른쪽 엄지손가락, 유리병이 든 봉투를 왼쪽 엄지손가락에 끼워줬다. 어느 정도였냐면 종이 상자는 얼굴까지 올라와 시야를 가렸고, 양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승강기를 타고 1층에서 내려 수거장을 향해 가고 있는데 높이 쌓은 박스가 아슬아슬 떨어질 것만 같았고, 손가락은 아파서 어쩔 줄 몰랐다. 빨리 내려놓고만 싶었다.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무거운 상자를 뺏어 들어 나 대신 마지막 몇 m에 이르는 수거장으로 옮겨주었다. 대단히 고마웠다. 그분이 누구였을까? 바로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였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커서 경비실이 두 개가 있다. 정문에 하나, 그리고 후문에 하나. 단지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총 10명인데 밤낮 교대로 5명 씩 있다. 옛날에는 더 많았던 것 같다. 왜 줄어들었을까? 글 말미에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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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분들은 감사 인사를 받는 대신에 자주 야단을 맞는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만이 있으면 제일 먼저 불평해하는 대상자는 현장 경비원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휴게실이나 식당 시설도 없이 장시간 일을 해야 한다. 5년 전의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40%에 해당하는 경비원이 지난 1년간 언어폭력을 겪었고, 8.9%가 신체적 폭력 또는 위협을 당했다고 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들에 관한 뉴스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유용한 일만 하는데 왜 고용된 경비원의 수는 줄어들었을까? 경비원들은 후한 급여를 받기는커녕 저소득의 직무이고 고용안정이 없는 일이다. 심지어 한 보도에서는 2017년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서울 내 5310명의 경비원 중 6%가 해고통지서를 받았고 한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 슬프고 화가 났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월마다 내는 관리비 1만~2만 원을 아끼려고 경비원 수를 줄이고 나머지 경비원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에서 수고하는 10명의 경비원의 모습을 보면 감사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우리 삶의 무명 영웅들이다.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그 아파트에는 경비원이 최소 한 명은 있을 것이다. 매일 도와주고 봉사하는 경비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더 나아가서는 추석, 설날 때 선물을 주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창피하게도 우리 경비원들의 성함을 모른다. 명찰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좋은 핑계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보자마자 크고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이번 추석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못해드렸던 선물을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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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