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설가온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8.20 /뉴스1 © News1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우리나라 철학계의 거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따라붙는 호칭이다. 그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모인 기자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
김 교수는 다소 작아보이는 체격에도 곧은 허리에 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어 1920년 태어난 ‘100세’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정정한 모습의 김 교수가 이날 자리한 이유는 1960년대부터 쓴 글들을 모은 에세이집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와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열림원)를 출간해서다.
그는 100년간 살아오면서 철학자로 던져온 다양한 질문들과 답들을 책에 담았다. 인생을 살면서 진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행복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책으로도 풀어냈지만, 김 교수의 머릿속은 온통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들로 가득해보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윤동주 시인과 함께 중학교(당시 5년제)를 다녔다. 그러나 당시는 일제강점기. 그는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다.
김 교수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윤 시인과 함께 자퇴했다. 학교에 가는 대신 1년간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는 1년 뒤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다른 동창들보다 한 학년이 늦은 셈이었다. 어찌 보면 1년을 손해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1년간 철학책, 문학책 등을 읽은 게 오늘의 나를 키웠다”며 “독서를 통해 내가 많이 쓰는 수필 내용의 뿌리, 문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행한 경험을 겪는 것이 절대 손해 보는 게 아니다”며 “그때의 어려운 시기를 겪은 게 내 인생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가득 찬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과와 함께 용기를 전했다. 그는 “이게 다 우리 기성세대 책임”이라면서 “사회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이 사회에 무엇을 줄 수 있고,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