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건강과 직결된다. 아직 남아있을 최루탄 가루를 말끔히 닦은 것”이라며 “더러운 때는 닦아서 없앨 수 있지만 시민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없애기 힘들다”며 홍콩 당국의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홍콩 경찰은 11일 콰이퐁역 등 홍콩 주요 지하철 역내에 들어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체포했다.
최근 홍콩 시위대는 공항 점거, 지하철 저지 같은 물리력 행사 대신 평화 시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및 홍콩 당국의 탄압 빌미를 줄이고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 및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다. 18일 약 170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도심 집회도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다. 시위대는 24일에도 평화 집회 및 시위를 열기로 했다.
미 고위 관계자도 중국을 거듭 압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홍콩에서 폭력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시위와 무역협상을 연계할 뜻을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날 “중국은 홍콩 사람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에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부한다고 밝혀 대화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온라인 매체 ‘홍콩01’에 따르면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28) 씨는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에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그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며 중국과의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았다. 1842년 아편전쟁 후 155년간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은 “중국이 1997년 반환 당시 영국에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지키지 않는다”며 비난해왔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