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통 공예품이라면 인사동이나 남대문시장을 떠올립니다. 면세점 한쪽에 진열돼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꼬마김밥이나 빈대떡, 육회 식당으로 더 잘 알려진 서울 광장시장에 전통 공예품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입니다. 하기야 넓은 광장시장에 먹을거리 가게만 있는 것은 아닐 테지요.채소, 생선 같은 식자재는 물론이고 예단이며 혼수에 각종 의류 부자재까지…. 찾아보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많은 곳이 시장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시장 2층에서 43년째 나전칠기로 만든 전통 공예품을 파는 상점이 있습니다.
1977년 처음 장사를 시작한 오세운 씨(사진)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며 터를 닦았습니다. 아들 명호 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판로를 넓혔습니다. 지금은 제조 공장을 함께 운영하며 소매뿐만 아니라 도매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제법 사업 규모가 커졌습니다. 딸 주연 씨도 행정업무를 도맡으며 일손을 돕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같은 길을 걷습니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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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자녀에게 거는 기대도 큽니다. 다행히 아들 명호 씨는 가업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나전칠기 기술을 배울 만큼 열의를 보였습니다. 공예 공모전에서 입상할 정도의 실력까지 갖췄으니, 이만하면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요.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