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이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사춘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방황의 시기를 보낸 뒤 신부를 꿈꿨던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명문대를 졸업해 30대에 대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다가 고액 연봉을 뒤로하고 갑자기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해 성공했다.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46)의 얘기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 현 카카오)’과 기업 넥슨 제주 이전에 차례로 참여했고 사회적기업인 제주 색깔을 입힌 음식점 등으로 성공을 거둔 그가 이번에는 청년인재 양성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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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잡스아닌 제1의 내가 될수 있는 가치 찾아야”
그동안 김 센터장의 이력만 본다면 얄밉다는 생각이들만큼 성공가도를 달렸다. ‘왜 좋은 직장 관두고 사서 고생하느냐’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
“야구도 3할대면 훌륭한 타자잖아요. 결과만 보면 성공만 한 것 같지만 그만큼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Daum만 해도 제가 입사했을때는 장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이었어요. 돌이켜보면 기회였지만 당시 성공이었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인 Daum 재직 때 찾아왔다. 6개월이면 된다는 본사 제주 이전 프로젝트는 6년이나 이어졌고 그는 점점 초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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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주의 미래가치’와 ‘청년’에 눈을 뜬 것은 이 시기였다.
“당시 올레길을 매일 걸으며 깨달았죠. 수많은 오름과 풍경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만 찾고 나머지는 거들떠보지 않아요. 나무 하나, 꽃 한송이가 다 가치있는데요. 무엇인가 돼야만 가치있는 게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가치를 높이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 제주가 좀 더 다가왔아요”
◇제주의 미래가치 그리고 청년
대기업을 제주에 이전하는 일을 두차례나 했던 김 센터장은 외부가 아닌 제주 내부에서 미래를 만드는 것이 진짜 제주의 미래가치가 열리는 길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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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하면서 제주의 가치로 비즈니스와 미래 만들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제 모델을 따라는 하는데 새로운 모델은 생각보다 많진 않았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사람을 좀 더 키워야겠다고 결론 내렸죠”
어린시절 성직자를 꿈꾼 그에게 제주의 미래가치와 인재 양성은 일종의 소명의식과 다를바 없다고 한다. 그가 더큰내일센터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것도 사람이다.
“사람을 키워내는 게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혁신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을 키우는 것이고요. 제가 뛰어난 능력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삶을 통해 어느정도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현보다 100배 멋진 친구 100명 만들어내고싶습니다”
김 센터장은 2차 제조업이 매우 빈약하고 3차 산업 역시 90% 이상이 영세사업장인 제주의 산업구조를 강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인재, 즉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혁신인재란 뭘까?
“‘업’과‘프로젝트‘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내는 게 혁신역량이죠. 혁신역량은 단순한 지식의 영역이 아니에요. 정답을 외우는게 아니라 해답을 찾는 조정능력, 시장의 복병과 난관을 헤쳐나갈 문제해결능력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죠.”
올해 1기 100명을 뽑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참여자 모집 설명회. /© 뉴스1
◇’교육+혁신프로젝트+비용‘ 제주더큰내일센터는?
9월24일 출범하는 더큰내일센터는 교육과 혁신프로젝트는 물론 청년들이 역량강화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비용까지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취창업 지원 기관이다. 선(先)지원 후(後)숙련을 골자로 한다.
제2차 제주국자자유도시 종합계획 수정계획(청년뱅크재단 설립추진)’에 근거해 추진됐으며 원희룡 지사의 공약으로 구체화됐다.
센터의 목표는 최장 2년 동안 만 15세(2005년생)~34세(1984년생)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매월 150만원을 지원해 참여자들이 교육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과 문제해결능력 함양을 위한 팀프로젝트 수업을 거쳐 실무와 연계한 인턴과정, 비즈니스모델 수립 및 시제품 제작 등을 통해 경험과 실행에 집중된다.
23일까지 참여자를 접수한다. 그동안 도내외서 열린 참여자 모집 설명회에는 제주에서만 500명 이상이 참가해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김 센터장은 “청년들이 실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하잖아요. 새로운 시도는 해 본 사람이 더 즐겨요. 두렵지만 도전을 해 본 사람들은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청년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넘어져도 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