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의용 이어 국방부 찾아… 주한미군 연간 주둔비 자료 제시 “분담금 더 내라는 트럼프 뜻 확고”… 鄭국방 “이미 충분히 직간접 기여”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방한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미 정부가 쓰는 돈이 연간 약 48억 달러(약 5조8300억 원)라고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4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정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당국자들을 만나 영문으로 된 방위비 관련 설명자료를 나눠 준 뒤 “트럼프 대통령 뜻이 확고하다”는 취지로 말하며 증액을 요구했다. 1, 2장 분량의 이 자료엔 48억 달러를 지출 내역별로 크게 분류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볼턴 보좌관이 같은 날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비슷한 자료를 주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한 데 이어 곧바로 국방장관을 만나 릴레이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다만 48억 달러를 당장 내년부터 내라거나 구체적인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 운용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만큼 이르면 이달 말 시작될 내년도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의 압박에 정 장관은 한국 정부가 내는 방위비 분담금(올해는 1조389억 원) 등 직간접 지원 비용을 포함하면 동맹국으로서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군 당국은 주한미군에 무상 공여한 토지 임대료 평가액 등 직간접 지원 비용을 연간 약 3조4000억 원(2015년 기준)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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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은 당시 청와대에서는 방위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트위터에 “문 대통령과 한반도 현재 안보 도전 과제들(security challenges)에 대해 논의한 것은 매우 생산적인 관여(productive engagement)였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이 정 실장을 만나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백악관 대 청와대’의 톱다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알리고 간 만큼 에스퍼 장관에게 주어진 ‘방위비 증액’ 미션은 막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