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 이듬해 영등포구 양평동에 프라이스클럽이 개점해 국내에도 대형 할인마트 시대가 열렸다. 이어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 할인마트들이 속속 들어왔다. 묶음 판매가 많아 대량 구매가 흠이었지만 깔끔하고 넓은 매장에 평소 보기 어려운 외국 제품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매장은 고객들로 미어터졌다. 특히 제품 하자가 없어도 두말없이 환불해주는 제도가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국내 유통이 글로벌 유통 공룡에 먹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유통 대전(大戰)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2006년 월마트가 국내 진출 8년, 까르푸는 10년 만에 잇따라 철수를 선언했다. 한국을 세계 1, 2위 세계 유통업체의 무덤으로 만든 선봉장은 토종 브랜드 이마트였다. 한국인 신장을 고려한 매장 높이와 진열, 시기별로 차별화된 제품 구비 등 유통의 신토불이를 외국 업체는 읽기 어려웠다. 역설적으로 이마트 등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난 것도 ‘중국판 신토불이’를 꿰뚫지 못한 것이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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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상위 10위에 월마트 집안 인물이 2, 3명씩 포함된 적도 있었지만 결국 밀려난 것처럼 오프라인 유통의 퇴조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온오프라인 접목은 기본이고, ‘체험형 매장’, 창고형을 결합한 ‘스페셜 매장’ 등 갖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극한 가격’ 같은 가격 파괴에도 나서고 있다. 온라인 쓰나미에 맞선 몸부림이 대형마트의 멸종 대신 제2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