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재완 정조국 한국영 이영재 신광훈…근사한 ‘공장’이 된 강원FC

입력 | 2019-08-06 11:16:00


지금은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전북현대를 이끌던 시절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선수단 숙소가 위치한 완주군 봉동과 묶인 ‘이장님’이다.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에서 출발한 애칭이 ‘봉동이장’이었다. 상반된 이미지도 있다. 선수들을 통솔하는 카리스마와 지독한 승부 근성에 포커스를 맞춘 ‘강희대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중국 언론이 붙여준 닉네임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재활공장장’이라는 수식어다. 슬럼프를 겪던 이들이나 시쳇말로 ‘한물갔다’고 평가되던 이들이 그의 손을 타면서 재기에 성공하거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붙여진 표현이다. ‘이제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돌던 이동국이 전북에 입단한 후 다시 태어난 게 대표적이다.

전북의 비상은 지난 2009년 이동국과 김상식(현 전북 코치)의 입단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 아니고 최강희 감독의 신뢰 속에서 라이언킹의 포효를 되찾은 이동국은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염기훈이라는 무명의 선수가 톱클래스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한 곳, 김남일이 마지막 진공청소 본능을 뽐낸 것 역시 최강희 공장장의 공이 크다. 독일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김진수도 전북에서 살아나 대표팀에 재입성했다.

이제는 그 재활공장 타이틀이 전북에서 강원FC로 옮겨가야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공장장 완장도 최강희 감독에서 김병수 감독으로 넘어갈 흐름인데, 되살아난 이들이 차고 넘친다.

8월 현재 2019년 K리그1 최고 이슈의 팀은 강원FC다. 물론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현대와 전북현대의 전력이 가장 강하고 또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도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FC서울 등 강원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들도 있으나 강원은 강원만의 매력으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소위 ‘병수볼’이라는 표현과 함께 김병수 감독의 지도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이제는 그 축구를 구현해내는 선수들도 스포트라이트가 향해야하고 또 향하고 있다. 이름값이 화려하지는 않으나 플레이는 화려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프로 2년차, K리그1 무대는 처음인 조재완이 강원FC의 최대 득점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현재까지 강원FC의 최다 득점자는 조재완이다. 1995년생 24세에 불과한 프로 2년차 선수가 무려 8골을 터뜨리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K리그2 서울 이랜드 소속이었다. 결국 1부리그가 처음인데 그 어떤 공격수보다도 확실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원더골’이나 ‘극장골’ 작성에도 능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조재완이 숨은 보석을 캔 것이라면 정조국은 진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케이스다. 어느덧 35세가 된 정조국은 2003년 K리그 신인왕 출신의 베테랑이다. FC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오래도록 활약하다 2016년 광주FC로 이적하는 일종의 수모를 당했는데, 그해 무려 20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에 등극했다. 그리고 2017년 야심차게 투자하던 강원FC로 둥지를 옮겼다.

베테랑 정조국과 이적생 이영재도 강원FC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지난해까지 두 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김병수 감독과 함께 다시 날갯짓을 하고 있다. 골은 5개지만 아주 중요할 때, 필요할 때 한방을 터뜨리면서 해결사 면모를 과시 중이다.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17년 왼쪽 무릎 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으로 아예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던 한국영은 지금 ‘병수볼’의 핵심 퍼즐과 다름없다. 뛰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던 중앙 미드필더가 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는 중앙 미드필더로 바뀌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혀 힘들지 않다. 감사할 뿐”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시즌 FC서울에서 빛을 잃었다가 올 시즌 부활한 신광훈은 측면 수비에 국한되지 않고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팔방미인 재능을 뽐내고 있으며 제리치가 경남FC로 이적하는 대신 강원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영재는, 이런 테크니션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한때 자신감이 바닥을 쳤을 이들이 지금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당당하게 필드를 누비고 있다. 강원FC는 근사한 공장이 됐고, 김병수 감독은 ‘장인’ 같은 공장장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뉴스1)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