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로 20명을 숨지게 한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범행 전 이런 내용의 선언문을 올렸다. 히스패닉 때문에 텍사스가 민주당 텃밭이 될 것이며, 자신의 공격은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대적 교체(The Great Replacement)’를 언급했다.
▷‘대대적 교체’는 2011년 프랑스의 작가 르노 카뮈(73)가 쓴 책(Le Grand Remplacement)에서 나왔다. 기존 토착 인구가 이주민에 의해 교체되면서 발생하는 인종 소멸 공포를 담았는데, 21세기 서구의 반(反)이민·분리주의 정서에 불을 붙인 것은 물론 유럽의 극우정치인들에게 사상적 기반을 제시했다. 3월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 사건의 범인도 범행 전 같은 제목의 선언문을 올렸다. 그는 ‘출생률 탓’이라고 강조하며 “몇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와 백인을 대체한다”고 했다.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유혈 참사를 일으킨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너희는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You will not replace us)”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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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지낸 제임스 길리건 등 정신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스트롱맨들의 출현과 반이민·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러가 느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세계화가 고도화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는데, 이런 불만을 저급한 지도자는 사회적 약자나 이방인 등 외부로 돌리고, 불만계층이 이를 폭력이나 테러의 이유로 삼는 악순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이런 지지층을 결집시켜 정치 생명을 연장한다. ‘진정한’ 대대적 교체가 필요하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