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일선 초등학교 유해물질 규모조차 파악 못해
25일 포름알데히드 희석액(포르말린) 유출 사고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양손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 대피하고 있다. 서울 구로소방서 제공
서울 구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구로동 구일초등학교 본관 2층 제1과학실에서 학교 직원 1명이 과학실 개조 공사를 위해 약 300mL의 포르말린이 들어있는 1.5L 유리병을 옮기다가 실수로 깨뜨렸다. 과학실 안에는 학교 관계자 4, 5명 외에 학생은 없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즉시 과학실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오전 11시 8분경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는 과학실 앞에 펜스를 세우고 우선 같은 층에 있던 학생과 교직원 60여 명을 옆 건물(서관)로 이동시켰다. 이어서 교내 방송을 통해 다른 층의 나머지 인원을 운동장으로 대피시켰다. 학생들은 교사의 인솔에 따라 줄을 서서 침착하고 질서 있게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대피하느라 가방을 챙기지 못하고 실내화 차림으로 나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학교 3학년 박모 양(9)은 “갑자기 대피하는 게 무서워서 조금 울었다”고 말했다. 대피는 오전 11시 32분에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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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 특수구조대가 학교 과학실에서 포르말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구로소방서 제공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4월 물질안전보건자료가 담긴 50쪽 분량의 안내문과 과학실험실 점검리스트를 서울 시내 모든 초중고교에 보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학교는 포르말린을 포함한 과학실험실 내 모든 화학물질을 취급주의 물질로 구분하고 매달 점검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은 일선 학교에서 나온 폐수와 폐시약을 1년에 한 번 일괄 수거해 처리한다. 실험이 많아 폐수나 폐시약을 연말까지 쌓아둘 수 없는 학교는 이를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구일초등학교가 해당 포르말린을 언제부터 보관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7년 생명존중 교육에 반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정규과정에서 척추동물 등에 대한 생물 해부실험을 제외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오래된 포르말린 등 화학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는 자료가 없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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