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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한국 온 날… 中-러, 한미일 협력 견제 노골적 무력시위

입력 | 2019-07-24 03:00:00

[중-러, KADIZ-영공 침범]




외교부, 中-러 대사 불러 엄중 항의 외교부가 23일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한 것과 관련해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왼쪽 사진 오른쪽)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외교부는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서도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대리(오른쪽 사진 오른쪽)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청와대는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으로 침범한 사실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나서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다만 청와대는 러시아와 중국이 나란히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배경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양국의 이번 행동이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까지 겨냥한 의도된 침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침범 의도에 대해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인지, 아니면 조종사의 실수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지만, 우리 정부가 짐작하고 있는 러시아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군 내부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미리 계획을 짠 뒤 의도적인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청와대와 군은 이번 러시아와 중국의 의도된 도발이 미국까지 염두에 둔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단순히 우리 정부만을 고려한 조치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이 ‘인태 전략’이라고 부르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수립 이후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안보 전략으로 인도와 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을 거쳐 이날 한국을 찾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입국 뒤 트위터를 통해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에 매우 필수적인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 지도부와 생산적인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미국의 전략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의 이런 밀착된 흐름이 초유의 영공 침범이라는 시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러시아와 미국 역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교란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역시 러시아와는 쿠릴열도에서, 중국과는 센카쿠열도에서 각각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에 대한 압박에 나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국제 군사 공조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번 도발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의 공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들 때문에 청와대가 신중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는 백악관과 긴밀하게 협조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중-러 양국과의 관계 설정도 고민해야 한다”며 “미-일-중-러 4강 국가와 인접한 우리는 외교적 행동 하나하나가 낳을 후폭풍까지 철저하게 고려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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