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내연의심 男 살해 혐의로 20년전 사형확정 판결 받고 복역 1997년 이후 사형집행 없어… 한국 ‘실질적 사형 폐지국’ 분류 헌재, 세번째 사형제 헌소심리 앞둬
“영치금 넣어주고 오라서 해서 왔습니다.” 하지만 이재복은 A 씨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이재복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영치금을 보내준 이의 이름 석 자만 띄엄띄엄 말했다고 한다. 당뇨병을 앓던 이재복은 2015년 이후 합병증으로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1주일에 세 차례씩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았다. 시력도 거의 잃었다. A 씨가 이재복을 본 건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사형수 이재복이 이달 11일 수감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로써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사형수는 60명이 됐다. 이재복 이전에 수감된 사형수가 사망한 건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명이 질환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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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형 집행이 이뤄진 뒤로 지금까지 사형 집행은 없었다.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사망한 사형수는 이재복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이 중 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6명은 병으로 숨졌다.
사형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2월 한국천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다.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걸었던 만큼 사형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헌법재판관의 수가 6명(전체 재판관 9명)으로 늘어나 앞선 두 차례의 결정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