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스마트 시니어’ 시대
핀란드 헬싱키의 제조업체 발메트가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라이프코스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선 이런 고민들이 이어지곤 한다. 시니어 직원 10∼20명은 트레이너 2명과 함께 직장생활의 고충을 나눈다. 주제는 어린 동료와 일하는 법부터 은퇴 후 고민까지 다양하다. ‘나이 차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는 것을 보면 동서양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핀란드 사회복지부 산하 노동건강연구소(FIOH)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17개 기업 및 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이는 사회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유럽의 일본’이라 불리는 핀란드에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30%가 넘는다. 고령자들이 오래 일터에 머물수록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커리어 관리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FIOH의 올해 예산은 600억 원 정도로, 절반가량을 정부가 지원한다. FIOH가 2004년 처음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때엔 여성 경력단절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직장 내 소외감이나 가족 간병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고령자 대상으로 방향을 바꿨다.
메르비 루오콜라이넨 FIOH 연구원은 “초고령화 시대의 시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일”이라며 “‘곧 퇴직하니까 더 이상 발전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헬싱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