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 스포츠동아DB
‘별들의 축제’로 불리는 KBO리그 올스타전에선 색다른 시도들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타자가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에 오르거나 경기 도중 독특한 세리머니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식이다. 이때 탄생하는 얄궂은 장면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거듭 회자되는 야구인들의 추억 한 줄기가 되곤 한다.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 투수 구대성은 2000년 제주도에서 열린 올스타 2차전에서 끝내기 폭투를 기록했다. 당시 팀이 4-3으로 앞선 9회 2사 만루에 마운드에 올랐는데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을 상대로 폭투 2개를 범했다. 승부는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구대성이 속한 매직리그는 4-5로 졌다. 하지만 구대성은 낙담하는 대신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를 두고는 ‘홍성흔의 끝내기 안타 기회를 막아 소속팀 동료 송지만의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돕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시간을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예기치 못한 불상사도 있었다. 1988년 잠실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동군은 연장 11회 승부 끝에 서군에 9-8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MVP는 서군에서 나왔다. 발목 부상을 안고도 연장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한대화였다. 하지만 격분한 동군 선수들은 시상식 참가를 거부했다.
KT 위즈 강백호는 데뷔시즌이었던 2018년 올스타전에서 놀라운 ‘삼진쇼’를 펼쳤다. 소속팀에서 줄곧 타자로만 활약했던 그는 0-5로 밀리던 6회 구원 등판해 0.2이닝을 2삼진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150㎞에 이르러 놀라움을 더했다. 당시 오지환과 이용규가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강백호의 삼진 제물이 됐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